유럽 PC시장 성장둔화 전망

유럽의 PC시장에 다시 한파가 몰아칠 것인가.

유럽의 업계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유럽의 PC시장은 지난해의 성장률에크게 못미치칠 것이며 2년전의 불황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유럽 PC시장의 성장률은 93,94년에 비해 그야말로 화려하다. 상반기에 30%,하반기 20%로 평균 25%라는 호황을 누린 것이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1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0%나 떨어진 성장률이다.

현재 PC시장의 부진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는 국가는 독일. 이 나라의 PC시장은 현재 침체국면에 빠진 경제상황과 맞물려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인텔의 유럽 총책임자인 한스 게이어는 이같은 전반적인 경기와 PC시장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독일의 실업률이 지금보다 10% 더 올라가고 최소한 25%의 인구가 추가로 실직한다면 PC시장의 성장률은 완전히 멈출 것이다.』

유럽의 거대 PC업체들도 올해 상반기에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PC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컴팩 컴퓨터社는 지난달 유럽에서 PC판매 실적이 기대치보다 크게 못미친다며 이같은 추세로 나갈 경우 상반기 매출과 수익은 지난해에 비해 엄청나게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팩뿐만아니라 다른 거대 PC업체들도 올해 PC판매액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며 올해초에 세웠던 목표를하향 조정하고 있다.

유럽의 4대 컴퓨터업체중 하나인 프랑스의 불社와 일본 후지쯔의 자회사인영국 ICL社는 계속 적자를 내는 PC사업을 과감하게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ICL은 지난해 PC사업에서 2억9천7백만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적자를냈으며 급기야는 PC사업을 포기할것을 고려해 왔다. 이 회사는 PC사업을그만두는 대신 현재 정보산업에서 성장률이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시스템통합(SI)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불社도 PC사업부문인 제니스 데이터 시스템즈를 미국의 팩커드 벨社에판매키로 해,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는 PC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이탈리아의 컴퓨터업체인 올리베티도 올 연말까지 계속 적자를 낸다면 PC사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밖에 다른 업체들은 아직 PC사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침체국면을 극복하기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컴팩은 수요를 촉발하기위해 최근 모든 PC제품의 가격을 30%까지 내렸으며 신제품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델 컴퓨터도 네트워크 컴퓨터인 「옵티플렉스」의 가격을 18% 내렸으며 가까운 시일안에 1백33메가Hz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한 펜티엄PC를 내놓을 예정이다.이처럼 유럽의 PC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반도체업체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네덜란드의 필립스社는 『1.4분기 PC시장의 성장둔화로 반도체부문의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반도체분야 호황도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의 PC업체들이 현재 유럽에서 이처럼 난관에 처해 있지만 의외로 호황을 누리는 업체도 있다. 미국 IBM은 올 1.4분기동안 지난해와 비슷한 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이같은 고도성장이 올 연말까지 이어질것으로 낙관하고 있다.IBM은 이같은 높은 성장세를 계속 밀고 나가 오는 2000년께 유럽 시장점유율을 현재의 두배인 9∼1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PC시장이 다시 2년전처럼 완전히 불황에 빠질지 아직은 장담할수 없다. 그것은 IBM이나 지멘스처럼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체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북미지역을 비롯하여 전세계 PC시장의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둔화되고 있고 유럽의 경제가 호황국면으로 진입하지 않고있어 당분간 유럽 PC시장의 성장률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