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28)

아니, 눈으로 생각되는 것이 보인다. 얇은 막이 덮고 있었는데 마모는 손가락을 집어넣어 올림포스 렌즈를 꺼내며 말한다.

『미안합니다.』

고비의 놀란 표정을 본 모양이다.

『내 전기 콘택트 렌즈가 몇 년 전에 폭발했답니다. 초기 모델이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만든 게 이겁니다. 메일 오더 물건인데도 질은 꽤 좋은 편이랍니다.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난 완전 장님이지만 걱정마세요. 뭐든지 다 보이니까요.』

테이블 앞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홀로데크에 사진을 올려놓더니 검사한다.

키보드에 무언가를 치니까 그 이미지는 다양한 음향 폰트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자, 뭐가 나왔나 볼까?』

혼잣말을 하듯 입을 연다.

『재미있는 어형론이군요. 혀짧은 초록과 노랑을 보세요. 여기 음향 파랑색이 필요하고……. 그래, 이걸 없애자. 저게 뭐냐구요? 저건 프라이버시 표랍니다. 표준 홀로다이어리 보존법입니다. 자, 이번에는 이걸 해보죠. 히야,LG 것은 들어가기가 훨씬 힘들답니다. 이걸 열려면 김치라도 한 조각 있어야하죠. 잠깐만요, 자,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거의 다 되었습니다.』

챙을 다시 내리더니 미소짓는다.

『1분만 있으면 됩니다. 지금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으니까요.』화면을 다시 살피더니 코드를 체크하려고 아이콘을 열어본다.

『생각대로군. 그건 그냥 유인 프로그램이었네요. 똑똑한 놈들. 자, 이제진짜로 들어가 볼까요?』

키보드에 몇 자를 더 친다.

『야호!』

그가 소리친다.

『내가 말한대로 우린 이제 단춧구멍 속에 들어갔습니다.』『뭐 속에요?』

고비가 묻는다.

마모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단춧구멍 말입니다, 단춧구멍! 사진을 찍은 사람의 단춧구멍입니다. 이흐릿한 것 보이죠? 이건 보푸라기고 저건 실이랍니다. 옷에 붙은 실말이예요. 알았죠?』

화면에는 확대된 실이 보이고 정글의 나무 사이처럼 실 사이로 사람들의얼굴이 보인다.

마모는 은하수의 일부 같이 보이는 전구에 인상을 찌푸린다.

『저게 뭐죠?』

자세히 전구를 바라보며 고비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