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초대석] 가전 우먼파워 (9);LG 禹貞淑 연구원

LG전자 냉기OBU 설계실 禹貞淑 연구원

LG전자 창원 냉장고 공장 설계실에 근무하는 禹貞淑연구원(25)은 앉으나 서나 머리속엔 냉장고 생각이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녀는 94년초 금성사(現LG전자)에 입사한 후 여성 공채연구원으로는 최초로 창원 냉장고 설계실에 발령을 받았다.

경기도 안양에 살고 있던 그는 연구소에서 근무하기를 원했지만 막상 낯선지방으로 떠나려니 부모님만큼이나 자기자신도 염려가 됐었다고 입사초기를회상한다.

『식품영양학이 냉장고와 관련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과연 설계실에서 무엇때문에 나를 필요로 했는지 무척 궁금했다』는 그는 당시 금성사가 93년히트작 「김장독냉장고」의 후속모델 「뉴김장독냉장고」의 김치숙성 알고리듬 연구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시장에 수십번 나가 무·배추를 사오고 김장김치·물김치 등 온갖 종류의 김치를 직접 담궈가면서 시험을 했는데 어떤 상태가 가장 좋은 맛인지 판단하는 것이 심각한 고민거리였다』고 연구원으로의 첫경험을 고백했다.

그는 김장독냉장고가 일본에서 히트하자 일본인의 식생활문화를 파악하기위해 세차례나 출장, 현지 가정을 방문하는 등 연구원 초년생답지않은 맹활약을 했다.

김장독냉장고에 이어 지난해에는 96년 신제품에 채용된 칸칸탈취기능 개발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

『김치·생선·육류 등 온갖 냄새를 맡아가며 지난 1년간은 보이지 않는냄새와의 전쟁이었다』며 옆에 놓은 신제품 냉장고를 넌지시 바라본다.

여성연구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주방가전제품이란 특성 때문인지 자신에게 독특한 아이디어를 기대할 때 가끔 당혹스러울 때가있다고 말한다.

공장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그녀는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어김없이 아침 5시45분이면 일어나 외국어 특강을 받고 주말이면 수영장과 헬스클럽에 나가는등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신세대 여성이다.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불편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보기드문 여성 신입사원인데다 타지역 출신이란 호기심이 겹쳐 처음에는 옷차림은 물론 일거수 일투족에 따거운 시선을 받는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남자사원들로 부터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고마워하면서 『입사 3년째인 지금은 남자,여자를 떠나 끈끈한 동료애를 느낀다』고 말한다.

『냉장고 설계실에 근무한 이후 어느 집에 가도 냉장고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친구들을 만나도 냉장고를 화제로 삼는 경우가 많아 직업은 못속인다는말을 자주 듣는다』고 말하는 그녀는 2주일에 한번씩 집에가서 부모님과 두남동생과 함께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하면서 소박한 미소를 띠었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