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용산 등 전자상가에서 고가의 CD롬타이틀이 기대 이상으로 잘 팔리면서 유통업체는 물론 제조업체들이 고무되어 있다.
고가이자 양질의 제품판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불법복제의 온상으로 덤핑이 극성을 부린 CD롬타이틀 시장에 정품CD 정착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가격부담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양질의 정보내용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전자상가 방문이 잦아지고 있으며 상가의 상품진열장에는 고가의 정품CD가 저가의 덤핑제품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저가제품이 주류를 이루던 그동안의 시장분위기에 비춰 볼 때 그야말로 「기현상」이 아닐수 없다.
그렇다고 시장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전 뒤바뀐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전자상가에서 유통되고 있는 CD롬타이틀은 1만원에서 3만원선짜리가 주류를이루고 있다. 대부분 제조업체의 「퍼내기식 생산경쟁」에서 나온 제품들로시장의 8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개발능력이 부족한 업체가 무분별하게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수요처에서 이를 소화해내지 못하게 돼 결국 이들 제품은하드웨어와 묶여 판매되는 번들로 제공돼 유통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번들제품은 하드웨어와 분리돼 대부분 시장에 다시 유통됨으로써 덤핑을유도하고 이는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을 만큼 제품가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CD롬타이틀시장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용산 등 전자상가에 5만원대에서 1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CD롬타이틀이 하나둘씩 선보이기 시작하더니 기이하게도 이들 제품의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는추세다.
3개월이 지난 현재 전자상가의 각 매장에는 10%가량이 고가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아직까지 고가제품의 시장점유율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5백만대 이상 보급된 PC와 멀티미디어 환경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데 비춰 보면 기대할 만하다. 실제로 각급 학교나 학원·유치원 등지에서도 멀티미디어 교육강화와 함께 이들 제품을 교재로 채택하면서 고가 CD롬타이틀의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고가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배이상 비싸다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1만∼3만원의 저가제품 공세에 버틸 수 있는 것은 타이틀에 수록되어 있는 정보가 양질이기 때문이다.
고가제품으로 최근 두달동안 1천 카피이상 팔린 제품은 주로 교육과 전문화된 데이터베이스(DB)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계몽사의 96년판 「계몽사 씨디롬 백과」 역시 백과사전 내용을 수록해 9만원대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월 7백카피이상씩 팔리고 있다. 솔빛조선미디어의 「천재 매머드」는 자전거·시계 등 흔히 볼 수 있는 기계나 도구의 원리를 멀티미디어 기법으로 소개한 수작이고 푸른하늘의 「색깔을 갖고 싶어」는 색의 배합과 융합 등 색감각을 익히는 교육용 제품이다. 어린이들의 인지능력 향상과 창의성 개발을 위해 개발된 美 브러더社의 「리빙북시리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긴 제작기간과 거액의 제작비 투자를배경으로 높은 품질의 고가제품이 정착되는 기미』라고 전제한 뒤 『고가정품이 점차 소비자들의 안정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때 왜곡된 타이틀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영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