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의 전산화 예산편성시 소프트웨어 구입비 책정을 의무화하도록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재정경제원은 내년도부터 각 부처 및 공공기관의 전산관련 예산편성시 하드웨어 운용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구입비를 전체 전산예산의 10%이상 반영해 편성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산경비 관련예산 요구시 유의사항」을 마련해, 곧 해당기관에 공문을 발송하기로했다는 보도다. 아직 방침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정부가 앞장서 예산에 소프트웨어 구입비 책정 의무화를 강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공공기관의 정보화 예산에 소프트웨어 구입비 책정을 의무화하게 한다는것 자체는 지금까지 무상·기증형식으로 공급받아왔던 소프트웨어를 이제부터 유상으로 구입하겠다는 관행개선으로 볼 수 있으나, 어느 의미에서 보면정부가 그간 하드웨어산업 위주의 정보산업 육성정책을 소프트웨어 위주로바꾸겠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보화·자동화가 갈수록 가속화하면서 소프트웨어산업이 국가발전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요소로인식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행망용 소프트웨어 보급 활성화 차원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부산물」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정부가 앞장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對국민인식을 제고시켜 국내소프트웨어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시키겠다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고 할수 있다.
그간 정부기관의 정보화 예산에 소프트웨어 구입비용이 없었던 게 아니다.
최근 16개 주요 정부부처가 공개한 올해 패키지 소프트웨어 구매예산은 모두26억원으로 나타났으나, 이들 기관의 올해 전산화 총예산이 2천3백여억원에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고작 1·1%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이는 정부기관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산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데다 그간 행망용으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오면서 PC 구매대수의 20∼30%에 해당하는 수량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복사해 사용하는, 이른바 사이트 라이선스 방식의구매가 성행해온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소프트웨어 구매관행은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들에 그대로반영되기 일쑤였고,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업계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유명 패키지제품을 1종이라도 보유했던 소프트웨어업체가 2∼3년 전만 해도 수십여개社였으나 최근 10개社 미만으로 줄어든 것이 바로 업계의 채산성 악화현상을 대변해주고 있다.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이번 공공기관의 전산화 예산에 소프트웨어 구입비 책정 의무화 방침이 제대로 정착만 된다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회생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30억원에 불과한 외청급이상 정부기관의 소프트웨어 수요가 내년부터 연간 수백억원으로확대되고 공공기관의 전산장비 구입시 관련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제공하는관행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이나 개인들의 정품구입과 소프트웨어 제값받기도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실제 공공기관이 소프트웨어 구매예산을 책정하면서 구입가격을 제대로 반영할지 의문시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행망용으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서 제시한 예가가 시중가의 30%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공공기관이 전산화 예산에 소프트웨어 구매 반영비율을 늘린다 하더라도 제품가격을 현실에 맞게 반영하지 않을 경우 업계는 종전처럼 손해를 보면서제품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정부기관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있다. 정부에 납품하면 민간단체나 기업체에 제품을 팔 때 유리한 점이 많기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이번 기회에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손해보지 않고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