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멕시코 "복합단지" 준공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전관·삼성전기 등 삼성 전자소그룹이 멕시코 티후아나에 전자복합단지를 준공한 것은 관세장벽을 극복하고 세계 최대인 美洲시장의 교두보로 삼기 위한 장기포석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전기·전자제품 분야를 포함한 무역거래에서 역내의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무관세협정을 추진중이다. 이는 두 거대시장이 역내는 서로 보호하고 그외의 지역에서 들어오는제품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외의 제품에 대해서는무역보호의 도구로 사용해온 반덤핑관세니 우회덤핑관세니 하는 제재가 가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멕시코가 세계 각국의 북미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제재조치 때문이다. 특히멕시코정부는 89년부터 「마킬라도라 제도」를 도입, 기계설비나 원재료를수입해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 수입 및 수출관세를 면해줌으로써 멕시코에는 「마킬라도라 지대」(수출자유지대)가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NAFTA는 북미지역 역내 무역은 관세를 철폐하고 역외 수입제품은 원산지 규정을 강화해 관세를 인상하며 또 역내 조립이라도 현지부품 조달비율이 낮으면 역외산으로 인정, 고율의 관세를 물린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소그룹 관계사들과 함께 멕시코에 전자복합단지를 준공한 것은이 단지를 美洲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공급기지로 삼아 국제 경제질서의 변화, 특히 북미지역의 경제블록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규모의 시장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멕시코도기복이 있기는 하지만 내수시장이 거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또한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와도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어 지리적·정책적으로 중남미 수출전진기지로도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멕시코 전자복합단지에는 삼성전자가 자본금 1천8백만달러의 현지법인인사멕스(SAMEX)를, 삼성전관이 자본금 3천3백만달러 규모의 현지법인인 SDM를, 그리고 삼성전기가 자본금 4백만달러의 현지법인인 셈사(SEMSA)를 각각 설립해 3개社의 자본금만 합치더라도 5천8백만달러에 달한다. 또 삼성전자는 2천만달러, 삼성전관은 1억6천9백만달러, 삼성전기는 1천9백만달러를 각각 투자해 투자규모가 총 2억8백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 밖에 삼성항공도 자본금 4백만달러 규모의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2백만달러를투자해 줌카메라의 생산에 나서고 있다.

이 복합단지는 삼성전기가 TV핵심부품인 FBT·DY·튜너 등을, 삼성전관은 브라운관을 각각 생산 공급하고 삼성전자가 TV완제품을 완성해 판매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콘덴서나 사출물 등을 생산하는 협력협체들의 동반진출을 유도해 완전 수직계열화를 이룰 방침이다.

부품업체와 제조업체가 모두 한 단지안에 있으면 납기단축·재고감축·물류개선 등 시너지효과가 커서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단지안에 부지 1만여평을 별도로 마련해 협력업체들에게 割讓해주고 있는데, 현재 유림전원 등 10개 업체가 진출해 있고 올해중에도 8개社 정도가 진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생산의 수직계열화, 그리고 협력업체와의 일관시스템 유지는 품질저하를 막아 생산성을 향상시킴과 아울러 NAFTA의관세장벽을 뛰어넘는 이중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NAFTA는 생산자재의현지화 비율에 따라 관세를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중에 이 단지에서 컬러TV에 이어 컬러모니터도 양산할예정이며, 내년에는 전자레인지도 생산하는 등 이곳을 美洲지역 최대의 전자제품 생산기지로 육성해 거대한 미국시장과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남미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키 위한 요충지로 삼을 계획이다.

<멕시코 티후아나=유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