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은 이제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정도로 날로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는 반도체가 정보혁명을 주도하는 첨단 제품으로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갈수록 커지면서 사실상 전자산업을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이앞장서 구축하고 있는 「초고속 정보고속도로」의 대부분이 반도체로 포장되고 있는 것도 첨단전자산업에서 차지하는 반도체의 비중을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이에따라 세계 각국은 반도체시장 선점을 위한 무한경쟁을 선포하고 이미수년전부터 정부차원의 반도체산업 종합 육성책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그육성책도 시장점유확대를 위한 일시적인 처방이 아닌 기술 인프라구축을 목표로 한 산·학·연 공동프로젝트의 중장기적인 종합적 연구성격을 띠고 있다. 여기에는 비교우위가 아닌 절대 기술우위를 통한 항구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각국의 의지가 짙게 담겨져 있다.
이처럼 각국이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반도체산업 인프라 구축 및 미래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주요 경쟁국의 반도체관련 육성책및 진행 현황과 한국의 상황을 수회에 걸쳐 비교·점검, 국내 반도체산업의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망해 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업계 컨소시엄인 세마테크, 민·관협력기구인 반도체개발센터(STC)를 통해 반도체산업의 총체적 부흥을 꾀하는 미국과 통산성을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일본의 반도체산업 육성책, 그리고 제시(JESSI)계획으로 실지회복에 힘쓰는 유럽의 반도체 정책, 정부차원의 전자연구소(ERSO)를 신설, 후발 경쟁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대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라나라도 이같은 점을 인식하고 90년대 초부터 미세가공기술 개발을 목표로 「차세대 반도체연구개발사업단」이 구성돼 기초기반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일 등 선진국에 비해 자원과 기술인프라 구축을 위한체계적인 종합연구가 부족해 실효성면에서 뒤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특히 요소기반기술 개발목표를 설정하고 국가연구소·대학연구소·기업연구소의 역할분담 등 첨단기반기술의 적기 구축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로드맵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일 등 선진 경쟁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초기반 기술이 크게 떨어진 주된 이유를 생산기술 위주로 발전해온 국내산업구조에서 찾고 있다.
미국은 국가주도의 방위산업에서 축적한 기초과학과 기술인프라를 토대로반도체을 비롯한 첨단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했고 가전 등 전자산업에서 닦아온 응용기술을 앞세워 첨단산업에 진입했다.
반면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기술은 선진국과비교해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지만 산업의 뿌리라 할수 있는 기초기반기술은취약하기 그지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기초기반기술의 취약상은 기형적일 정도로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내반도체산업구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반도체 총 생산의 90% 이상을 수출하면서도 총 수요의 7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 총생산의 92%정도가 메모리제품이며 수입의 80%이상은 비메모리제품이다.
주변산업의 상황도 별반 다를게 없다. 핵심장비의 경우 국내수요의 80% 이상을, 핵심재료는 6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메모리제품을 중심으로한 생산기술 확보에 급급한 근시안적인 정부·업계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는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목소리는 최근 메모리시장의 호황세가한풀 꺾이면서 개선이 시급한 현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한 향후 반도체산업의 안정적인 생산 및 시장체제를 담보해줄 대안으로 기초기반기술 확보를위한 기술인프라의 체계적인 구축이 제시되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의 金治洛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인프라는미·일 등 선진경쟁국에 비해 너무 낙후돼 있어 메모리 외 여타 분야의 시장경쟁에서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최근 무한경쟁양상을 띠고 있는 국가간 반도체 시장경쟁과 반도체 경기변화를 고려할때 국내 반도체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담보해주는 기술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일·유럽·대만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산업 육성책의주요전략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더 늦기전에 현재 제품개발 위주의 1∼3년정도의 단기과제에 주력하기 보다는 전문인력 육성이 가능한 장기과제를 크게늘려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전문가들도 정부·기업·대학연구소간 특화를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산·학·연 형태의 역할분담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