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축전지업계, 위기의 계절

국내 연(鉛)축전지 업체들이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국제 납가격 폭등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방전지·경원산업·한국전지·델코 등 국내 연(鉛)축전지 제조업체들은 최근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납 선물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폭등, 원자재 구입비용이 최고 25% 가까이 높아지고있음에도 이를 만회할 대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금속거래소의 납 선물 시세는 지난해 3월경에는 톤당 5백달러선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톤당 7백46달러선까지 치솟아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데이어 최근에는 8백달러선을 형성,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더구나 납공급량이 부족해 현물가의 경우는 최근 9백27달러까지 폭등, 납이 제조원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연축전지 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으나 국내 축전지 시장이 자동차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탓에 가격을제대로 올릴 수도 없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연축전지 업체들은 내실화 경영 및 생산자동화를 통한 제조원가 줄이기에 부심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할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을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의 연축전지 제조업체인 세방전지는 자동차용 완전무보수 칼슘칼슘축전지인 「글로벌배터리」를 모든 차종에 채용할 수 있도록 규격을 다양화하고 사내 전산망을 정비, 물류비용을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는있으나 납가격 폭등의 영향을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경원산업·한국전지·(주)델코 등도 원자재 구입비용이 높아진데 이어 내수시장 침체로 판매까지 어려워짐에 따라 제품 차별화 및 생산자동화를 통해이중고를 타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채 추세만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납가격 폭등현상은 지난해 북미와 유럽에 불어닥친 이상기온으로 온도변화에 민감한 자동차용 연축전지의 교체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세계 최대 시장인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납 재고가 5주분 이하로 떨어지는 등 공급량이 크게 달리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순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