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錫昊(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현 美 남가주대학 교환교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사만 잘라내어 별도로 수집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7년 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전자신문」을 처음 대했을 때 국내의사정도 익힐 겸 열심히 기사수집을 했었다. 이제 그런 작업도 사라졌다. 「전자신문」이 일간지로 바뀌면서부터 신문 전체를 모두 보관하는 습관으로변한 것이다.
처음 「전자신문」을 접했을 때 우리나라에도 이런 전문지가 있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흥분했었다. 일간지로 바뀐 지 5년째인 오늘까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결코 흔치 않은 전문일간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전자신문」이 이분야를 전공하는 학도로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컴퓨터·네트워크·전자기술·방송·전송방식 등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정보분야의 기술변화는 전문가조차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그 폭과깊이가 복잡하고 급속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마디로 기술혁신의 수명주기가대단히 짧아졌다. 그만큼 이 분야의 기술생산과 응용, 그리고 소비의 순환이갈수록 광범위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정보기술을 일컬어 차세대의 권력을 좌우하는 결정기술로 손꼽고 있다. 두뇌로부터 비롯되는 인간기술인 만큼 정보기술의 미래는 누구도 함부로 내다볼 수 없는 엄청난 가용영역을 갖고 있다.
바로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매일같이 정보분야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전자신문」이야말로 단순히 지나칠 전문신문의 하나로 간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전자신문에 한 번이라도 의존한 적이 있는 정책담당자·기업경영인·전문학자·전공대학원생이라면 누구든 이런 평가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자신문」은 결국 우리나라의 정보화에 대한 역사라고까지 간주할 수있겠다. 어떤 역사편찬사업도 이렇게 다원적이고 다각적인 정보분야를 매일기록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경영사정이나 관리체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결코 충만한 조건이 아닌 상태에서 정보분야를 꾸준히 일간신문의 형식으로 발행하는 「전자신문」은 후세들에게까지 영향을끼칠 역사적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그 가치를 높게 부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전자신문」을 구성하는 전문경영인·전문편집인·전문기자 등모두에게 소명감을 지니고 계속 정진해달라는 개인적 당부를 하고 싶다.
비록 「전자신문」의 구독은 전문인들에게 제한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전문인들로부터 일반인들에게까지 유통되는 정보지식의 움직임은 또다른 정보지식의 전달효과를 낳게 한다. 언제 어디서 「전자신문」을 통해 전문지식을만나 어떤 파급효과를 확산시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전자신문」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기사들의 비중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이다.
소수 전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비중있는 기사란 또 다른 차원의 전문저널리즘을 양태시키는 중요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전자신문」에 대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보분야의 기술과 산업,그리고 국가정책에 대한 소식과 전문해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정보문화 또는 「정보의 사회화」측면이 상대적으로 낮게 다뤄지지 않나 싶다. 이제 우리나라도 생산과 유통부문뿐만 아니라 소비의 차원에서 정보기술을 점검할때가 되었다. 정보기술의 혁신도 소비체계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혁신성의 정도가 평가된다. 모든 기술혁신이 그렇듯이 정보기술 역시 수용여부에 따라 기술적 혜택과 손실이 크게 좌우된다. 특히 갈수록 정보기술의 응용이 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 정보기술의 오용과 남용에 대해서 전문 저널리스트의 시각으로 세심히 지적해줘야 할 것이다.
「전자신문」은 이제 우리나라의 정보화 운동을 선동할 만큼 성장하고 있다. 기존 저널리즘의 창틀로 간주하기보다는 미래의 소명감으로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는 「전자신문」의 전문저널리스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들의노고가 한데 모여 우리나라의 선진 정보화에 기여했다는 가시적인 평가를 기다려본다. 오늘도 묵묵히 신문제작에 임하는 「전자신문」의 저널리스트들은매일매일 그 신문을 보며 계획하고 운영하며 수정하는 또 다른 전문인들에게심오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꼭 새겨달라고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