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의 변혁이 없이 새로운 개념의 전자제품이 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때문에 반도체가 컴퓨터산업을 리드하고 디스플레이 기술이 멀티미디어산업을선도하듯 세트를 구성하는 모든 전자부품들은 곧 세트기술 발전의 밑거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휴대형 및 디지털 정보통신기기의 출현으로 전자산업의 중심이 가전에서 정보통신으로, 원천기술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아가면서 그야말로「혁명적 전환」이 일고 있는 일반 전자부품산업의 새로운 조류를 매주 목요일 마다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고밀도 초박판 PCB>
반도체를 사람의 두뇌, 디스플레이를 얼굴, 전지를 심장에 각각 비유한다면 사람의 뼈대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인쇄회로기판(PCB)이다. 뼈대가 튼튼하지 못하면 사람이 제 구실을 하지못하듯 좋은 PCB의 뒷받침 없이 좋은세트를 기대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만해도 PCB 하면 초록색을 띠는 냄새나는 「판때기」정도로 평가절하해 왔지만 최근엔 수십 혹은 수백개의 전자부품을 삽입, 제대로 지탱해주는 지주대이자 각각의 회로를 차질없이 연결해주는 핵심 통로로서 그 기능과역할이 새롭게 재평가되는 추세다.
특히 전자제품의 기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화되고 사람이 간편이휴대할 수 있게 더욱 경박단소화되면서 PCB는 점차 세트의 외적과 품질을결정하는 핵심부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따라 PCB산업도 대단위 투자를 요하는 장치산업으로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첨단 제조기술이 총망라되고있다.
넓게 보아 「정보통신」이라는 시대적인 큰 줄기 속에서 최근 PCB업계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다름아닌 고밀도 초박판 PCB. 휴대폰·무선호출기·캠코더·노트북 및 팜톱PC·PDA·PCMCIA 및 스마트카드·TFT LCD패널 등 최근에 두각을 나타내는 「작지만 기능이 많은」 첨단 전자제품들에 채용되는 PCB는 대부분 「고밀도」와 「초박판」이라는두개의 꼬리표를 늘 달고 다닌다.
작으면서도 기능은 다양한 세트의 두가지 명제를 해결키 위해선 필연적으로 각종 전자부품류의 고집적화·다핀화·소형화 등을 두루 필요로 하는데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PCB 내부회로 간격을 IC 핀간(2.54㎜) 3~4라인 이상으로 고밀도화하고 두께도 층당 0.1㎜대 이하로 최소하는게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보통신이 전자산업의 물리칠 수 없는 시대적인 요구라면 차세대고정밀 초박판PCB는 PCB업계의 큰 흐름이다. 특히 이 제품은 향후 정보통신시장 확대와 맞물려 오는 2000년대 이후까지 급속한 수요신장과 함께 PCB업계에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안겨다 줄 최고 유망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PCB연구조합 및 업계 관계자들은 고밀도 초박판 PCB제조기술을 응용한 국내 PCB업체들의 관련 매출규모가 지난해 1천4백50억원에서올해 2천1백67억원, 97년 2천4백30억원, 98년 3천1백59억원, 99년 4천1백억원으로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PCB업체들은 이에따라 독자 혹은 공동으로 기존 제품과는 차원이다른 고밀도 초박판PCB 제조기술 확보에 社運을 걸고 있다. 지난해 10월원판업체인 두산전자와 大德전자·LG전자·코리아써키트 등 PCB선발 6社가 공동으로 0.08㎜대의 틴코어 라미네이트를 이용해 4층 기준 두께 0.38㎜,홀 구경 0.2㎜, SMD피치 0.3㎜대의 첨단 PCB제조기술을 개발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국내 PCB 제조기술은 아직 선진국인 미국·일본은 물론이고 경쟁국인 대만·홍콩 등에 비교해서도 다소 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고밀도 초박판 PCB시대에 보다 적극 대처키 위해선핵심소재인 원판기술과 기초기술인 아트워크 기술을 비롯, 첨단 표면처리기술·정밀 적층기술·초파인 패턴 형성기술·첨단 비아홀 가공기술 등 PCB제조기술 전반에 대한 업계의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