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퓨터의 라이프사이클이 급격히 짧아지면서 컴퓨터유통점들의 재고누적이 심화되고 있다.
3일 관련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컴퓨터 기능향상이 급속도로 빨라지져 각종 컴퓨터관련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종래 평균1년에서 최근 3개월정도로 크게 짧아지면서 컴퓨터유통점들이 재고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에 따라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전국 주요상가의 대부분 컴퓨터유통점들은 컴퓨터를 비롯 모뎀 등 주변기기를 원가이하로 판매해 재고를 모두 소진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신형제품의 가격인하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어 사정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특히 그동안 지속돼 온 PC유통업계의 불황과 겹쳐 타업종으로 전업하거나 폐업하는 유통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뎀을 주로 판매하는 용산의 E사는 지난해초 PC통신과 인터넷 보급확산에 기대해 고속제품과 저가의 9천6백제품을 대량으로 매장에 반입했으나최근 1만4천4백bps이상의 고속제품만을 찾고 있어 9천6백제품을 악성재고로쌓아두고 있다.
이 업체는 반입비용의 회수가 어려워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다 고속제품의판매이익이 감소돼 취급품목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모니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강남의 S사도 지난해 중순 주로 14인치 제품을 대량 구입해 판매해왔으나 15인치 이상의 대형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14인치의 재고품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S사의 K사장은 『아직까지 14인치가 모니터의 주력모델이긴 하지만 앞으로 대형제품과 일정한 비율로 매장에 반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펜티엄급 PC가 확산되면서 펜티엄60MHz용 메인보드를 공급했던부산 D사의 경우 컴퓨터수요가 펜티엄 75및 1백MHz등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재고로 남은 제품이 수백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K사도 수백개의 메인보드를 재고로 안고 있다.
이 메인보드는 펜티엄60 CPU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저가에 처분할 수도 없는 처지이며 이같은 악성재고로 인한 손해액이 당시 공급가인 13만원으로 산정해 볼때 수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유통점의 악성재고 위험부담은 물량거래가 많은 도매상들에게 많이 발생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일선 판매점에서도 제때 팔지못한 컴퓨터재고가 한두대씩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컴퓨터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컴퓨터라이프사이클은 앞으로 더욱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재고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도매상은 물론 일선 대리점들까지도 전시제품을 줄이거나 최소의 재고를 유지해 재고회전율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영복·윤승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