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산업이 본격적인 구조조정기에 돌입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전산업을 주도해온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전자3사는 가전제품의 해외생산 확대와 사업품목 조정 등을 통해 국내에서 가전사업 비중을 낮추는 대신 정보가전 등 멀티미디어 환경에대비한 新가전사업 체계 구축에 분주하다.
전자3사는 또 신가전과 관련한 기술개발을 세트제품보다는 핵심부품 쪽에주력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영상압축(MPEG)칩·CD롬·광픽업·박막트랜지스터 방식의 액정디스플레이(TFT-LCD) 등의 부품사업을 확대 강화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3사의 가전사업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유통시장 완전 개방에 이어 수입선다변화 해제를 앞두고 수입가전의 비중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등 가전시장 및 산업을 둘러싼 구조조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가전부문의 매출목표액이 5조5천억원으로 반도체(9조5천억원)는 물론 정보통신(6조원)보다도 낮춰 잡아놓고 있다. 이에따라 가전매출 비중은 지난 93년 44.5%에서 94년 37.6%, 지난해 27.9% 등으로 급속히 낮아지고 있는데 이어 올해에는 26.2%로 떨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연말에 이은 추가 조직개편을 최근에 단행해 김광호부회장이 직접 관장하는 「멀티미디어 총괄」조직을 신설하고 전체 매출액의약 30%에 달하는 6조원을 담당하는 등 반도체와 함께 주력사업화시킬 조짐이다.
이와 함께 최근 모든 가전제품에 대한 사업성 분석에 착수, 소형가전 제품과 계절상품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사업품목을 중소기업 등에 대폭 이관하고사업성이 떨어지는 가전제품을 과감히 수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도 주요 가전제품의 매출비중이 지난 94년 60.4%(소형가전 등 제외)에서 지난해에는 52.4%로 크게 낮아지는 대신에 모니터·브라운관 등 영상디스플레이와 CD롬 등의 매출 비중이 높아졌고 통신기기가 신규품목으로 가세했다.
또 올해 홈PC와 오는 6월에 선보일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컴퓨터·정보통신기기사업을 크게 강화키로 했으며 멀티미디어 관련 부서를 하나로 통합해 주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우전자는 기존의 가전제품중에서 적자품목을 과감히 정리키로 했으며 팬히터·가스레인지 등에 대해선 조만간 사업을 별도로 분리시킬 예정이다. 그대신에 AV를 주축으로 한 멀티미디어 가전제품 개발 및 기술확보에 주력하고핵심부품인 주문형 반도체를 자체 개발·생산할 계획이다.
대우전자의 가전제품 매출비중도 지난 94년 87.8%에서 지난해 84.0%로 줄어들었다.
전자3사의 이같은 사업비중 조정과 가전제품의 해외현지생산 확대 등으로그동안 국산품이 주도해온 가전시장에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가전제품 수출(약 76억4천만달러)은 7.4%가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에 수입(약 13억6천만달러)은 38.3%나 급증했다. 특히 AV기기의 수입증가세가 뚜렷해 오는 98년으로 예정돼 있는 수입선다변화품목 완전 해제 이후 일본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수입품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질 전망이다. 전기면도기·헤어드라이어·커피탕기 등의 소형가전제품은 외산품의 비중이 이미 90%를 넘어섰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