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산"누른 국산 CD롬드라이브 "쾌거"

국산 CD롬드라이브가 일본산 제품을 밀어내고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계시장을 거의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는 일본산 CD롬드라이브의 자존심이 국내시장에서 여지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 CD롬드라이브 산업 육성에 힘을 쏟은 지 불과 3년 만의 일이어서 상당한 성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일본은 소니·마쓰시타·미쓰미·도시바 등 세계적인 전자업체를 앞세워세계 CD롬드라이브시장의 80%를 장악해 명실공히 세계최대 기억장치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이에 힘입어 일본산 CD롬드라이브는 지난 93년 국내시장 수요의 95%를 차지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도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일본산 CD롬드라이브는 이를 정점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94년에는 80%, 지난해에는 60%로 떨어졌고 올들어서는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산제품의 이같은 약진은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추진해 온 생산업계의 노력에 힘입었음은 물론이다. 국내업계는 정작 CD롬드라이브 국산화 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산 제품과 기술경쟁에서 이길 수있을지 또 국산화하더라도 일본업체들이 가격으로 치고들어올 경우 적자상태에서 계속 생산에 나설 수 있을지 감당할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업체들은 과감한 투자결정을내렸고 이제 그 결실을 거두는 단계에 들어섰다. CD롬드라이브는 기억장치분야의 핵심기기라는 특성뿐 아니라 멀티미디어시대의 핵심인 저장기술부문의자립기반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CD롬드라이브가 국내시장에서나마 일본제품을 제쳤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또 최근들어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PC에 CD롬드라이브가 기본 채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PC의 수출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업체들의 기술수준은 6배속은 물론 최근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8배속제품에서 일본과 거의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제품출시 시기에서 우리는 일본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보다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겼고 이것이 성공함으로써 국내시장에서 일본제품을 밀어내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업체의 기술수준은 안정적인 단계에 도달해 있으며 국내시장에서 일본산 제품의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국산 CD롬드라이브가 일본산 제품을 제압한 것은 세계시장에서가 아니라 국내시장에서 일어난 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직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CD롬드라이브 생산업계는 올해를 세계시장 공략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업계는 올들어 생산능력 확충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연말이면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생산설비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서 우려되는 점은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바로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국산 CD롬드라이브의 세계진출은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따라서 세계시장 진출을 너무 서둘러 국내업체들간과당경쟁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 국내업체들간 출혈경쟁으로 스스로 경쟁력을 무너뜨리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생산설비가 국내에 집중돼 있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인건비가 비싼 국내생산을 고집해서는 국제경쟁력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해외법인의 설립도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밖에 일본에 뒤지고 있는 해외AS체계의 보완도 시급하고 지속적으로 저장기기분야에서 힘을 가지려면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롬드라이브의 기술개발도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내시장에서의 비교우위를 세계시장으로 이어가 반도체 메모리분야에서의성공을 CD롬드라이브분야에서도 이루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