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열도 "피핀아트마크" 바람 솔솔

「인터네트가전」, 「5백달러PC」, 「네트워크컴퓨터」. 이름만 다를뿐 궁극적으로는 네트워크단말기를 지향하는 저가 제품들이다. 일본에도 인터네트가 본격 보급됨에 따라 TV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저가격 네트워크 단말기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중순에는 日本電算機가 4만8천8백-5만8천8백엔의 저가를 내세운 가정용 네트워크단말기 「iBOXh」를 내놓았다. 이달에는 세가가 자사의가정용 게임기 「세가새턴」을 네트워크단말기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전용모뎀과 통신소프트웨어 키트를 1만5천엔정도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가을에는 히타치제작소와 소니도 저가격 네트워크단말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지난달 중순 일본 반다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BDE)가 판매개시한 「피핀아트마크」이다.

이것은 애플의 매킨토시 OS를 기본으로 개발된 피핀규격에 대응해 PC수준의 고속연산이 가능한 64비트 MPU 「파워PC603」과 4배속 CD롬드라이브를 탑재하고 있다. PC에서와 같은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가정용 게임기와 마찬가지로 컨트롤러로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가격은 본체와 컨트롤러에 전화회선을 이용한 통신전용 모뎀과 인터네트접속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4종류의 소프트웨어를 합해 6만4천8백엔이다. 인터네트에는 전화회선을 통해 접속한다.

본체를 구입해 BDE가 운영하는 네트워크 「아트마크채널」에 가입하면 전화요금이외에 월 2천엔을 지불하면 1개월 10시간까지 아트마크채널을 통해인터네트나 PC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 10시간을 초과할 경우의 이용료는 1분에 10엔이다.

멀티미디어사업의 핵심으로 규정된 이 피핀아트마크의 판매에 나서며 반다이가 내세우는 전략은 3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폭넓은 제휴전략이다. 개발당시 애플과 손잡은데 이어 사업추진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은 제휴로 보완하고 있다.

우선 요구되는 인터네트접속을 위해서는 美네트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즈社의 「네트스케이프 내비게이터」 브라우저를 표준장착했다. 또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와도 기술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선社의 「쟈바」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번째 특징은 제품구입 대상을 가정으로 압축, 특히 지금까지 PC와 인연이 적은 10대, 20대의 여성층을 개척한다는 목표다.

3번째 특징은 하드웨어를 소매점의 협력을 얻어 직판만한다는 이례적인 판매방식이다.

이 세가지전략을 구사해 반다이는 초년도 국내에서 30만대 판매를 목표로하고 있다. 또 연내 미국시장에도 진출, 20만대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피핀아트마크가 반다이의 기대대로 보급될 지는 미지수다. 장애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6만4천8백엔의 가격이 문제다. PC에 비하면 싸지만 4만8천8백엔의 「iBOXh」나 본체가격을 2만엔으로 내린 「세가새턴」등 다른 네트워크단말기에 비하면 훨씬 비싸다.

가격보다도 커다란 장애는 미국등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통신요금이다.

일본전신전화(NTT)가 정액요금제의 컴퓨터네트워크전용통신망(OCN)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의 실현은 97년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트마크채널의요금이 비교적 싸도 전화요금이 높아 인터네트를 마음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뿐아니라 전화회선의 전송속도도 문제다.

피핀아트마크에는 통신속도가 초당 1만4천4백비트인 전용모뎀이 부착되어있다.

그러나 PC세계에서는 인터네트를 이용하려면 적어도 2만8천8백비트가 상식이 되고 있다. TV수준의 감각으로 인터네트를 사용하려면 고속의 통신속도가필요하다. 최근 ISDN가입자가 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사정이 배경에 깔려 있다. 그러나 고속의 모뎀이나 ISDN에 대응한 기기를 부착하려면 그렇지 않아도 높은 비용이 더 올라가게 된다.

이와 관련 반다이와 마찬가지로 네트워크단말기구상을 갖고 있는 미국 오라클의 레이몬드 레인 부사장은 「네트워크 컴퓨터의 이용은 기업에서 시작된다」라며 가정용이 아니라 기업용에 목표를 두고 있음을 밝혔다. 기업에는이미 네트워크의 인프라가 있지만 일반 소비자용은 통신기반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 피핀아트마크의 판매목표는 가정용 게임기에 비해 적다.

한 관계자는 『꾸준히 판매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한다.

피핀아트마크가 시대를 앞선 상품이 될지,또 통신인프라등이 뒤받침이 되어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네트워크단말기의 하나로 주목받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