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폭락의 여파로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 액정패널(LCD)생산업체들이 올해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12월 일본 액정패널생산액은 94년 같은 기간보다 15%나 떨어졌으나 올 1월에는 6% 하락에 그쳤다. 이후 2-3월에도 이 같은 개선기미가유지되고 있어 오는 4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높은 생산액을 보일 전망이다.
이같은 예측의 근거는 액정패널 수요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노트북PC시장의 확대와 탑재되는 액정패널의 대형화 추세등이다.
올해 세계 노트북PC시장은 30%정도의 증가가 예상되며 화면크기의 주류도 현재의 10.4인치형에서 오는 4월이후 11.3인치형으로, 올해말에는 노트북PC로서는 한계라고 일컬어지는 12.1인치형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액정패널의 규격이 커질수록 1장의 기판으로 부터 얻어 낼수 있는 액정완성품의 수는 줄어 들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패널 중에서 공급부족현상을 초래하는 제품이 생기게 된다. 이 공급부족현상이 공급과잉을 완화시켜주고 대형화에 의한 가격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재빠르게 간파한 액정생산업체들이 액정패널의 대형화에 전념하고 있다.
액정패널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호시덴社는 11.3인치 TFT(박막트랜지스터)방식 LCD의 양산을 본격화하여 현재 히타치와 대만PC업체를 대상으로 출하를 시작했다. 또 4-6월부터는 도시바와 IBM의 합작회사 DTI와 NEC 노트북PC용 TFT LCD를 생산해온 업체들이 12.1인치형을 본격양산한다.
액정패멀생산업체를 대표하는 샤프는 오는 8월께 TET방식 액정패널의 성능에 필적할 만한 STN방식 고선명, 고속응답 액정패널을 시판할 계획이다. 샤프는 TFT방식보다 가격이 절반이상 싼 STN방식 액정패널로 이 시장에 새로운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히타치는 현재 13인치 이상의 초대형 광시야각 TFT LCD 전용생산공장을 지바縣 아사하라공장 내에 건설 중에 있다. 히타치는 이 LCD전용공장에 한장으로 13인치의 경우 6-9장, 17인치형은 4장정도를 뽑아 낼 수 있는 대형기판을생산하는 업계 최대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 가동에 들어갈 이 공장이풀가동되면 히타치가 단번에 업계 톱으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한편 노트북PC용 시장을 뛰어 넘어 데스크톱PC용 디스플레이시장을 겨냥 하고 있는 LCD생산업체도 있다. 브라운관이 독점하고 있는 데스크톱PC용 모니터시장은 그 규모가 노트북PC용 시장의 5배가 넘어 그 일부만을 액정디스플레이로 대체한다 해도 거대한 시장창출 효과가 생긴다.
지난해 말의 부진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성장궤도로 진입하고 있는 액정패널시장. 그러나 대형화에 의한 성장 그 자체는 단기적으로 생산성의 저하와수익 압박을 가져오며, 중장기적으로는 높은 기술력과 대규모 설비투자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올해 액정패널업계의 또 다른 특징으로업체들의 도태현상이 과거 어느때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 수있다.
<심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