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반도체 인프라구축 서두르자 (4);미국의 사례 (하)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책의 또 하나의 기본방향으로는 연구소 기능의 강화노력을 들 수 있다.

미국은 70년대 말부터 반도체설계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했다. 갈수록두드러지고 있는 제품 소형화·고성능화 추세에 대응해 경쟁국에 절대우위를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집적 설계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에따라 많은 대학이 시스템 지향적인 설계기법 교육에 주력했다. 대학마다 반도체 설계교육을 위한 단기코스를 개설했고 이를 응용할 수 있는 파운더리(반도체 위탁생산)서비스도 시작했다. 80년대 초 들어 미국정부는 반도체설계교육의 효율화를 위해 학생들이 설계한 회로를 무상 또는 매우 저렴한가격으로 칩을 제조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나섰다.

하지만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사용하는 반도체는 소량이기 때문에 생산업체들은 이들의 위탁주문을 받는것을 꺼려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멀티칩 프로젝트(MPC)제도를 만들었다. MPC제도는 각 대학에 설계 툴을 배치해 여러군데서 설계된 반도체 회로를 1장의 웨이퍼에 집약해 반도체 메이커에 시험제작을 위탁하는 시스템이다. 이 경우 소량생산하더라도 사용자 1인당 시험제작 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설비를 갖추지 않은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도 독창적인 반도체의 개발·설계·시험제작·평가 등이 용이해진다.

이 시스템의 대표적인 사례가 80년에 도입한 MOSIS(MOS Implementation Center)제도다. 설계자는 MOSIS에서 제공된 디자인 룰에 따라설계한 데이터를 MOSIS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반도체 메이커나 조립업체에 발송하면 이를 하나의 웨이퍼상에 조합, 생산함으로써 코스트를 최대한 낮춘다는 계획으로 대학의 반도체설계교육 강화에 적지않은 실효를 거두고 있다.

MOSIS제도의 본격 가동 이후 10년간 1만3천개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의 회로가 12개의 마스크제작업체, 13개의 웨이퍼 파운더리, 4개의 패키지업체에 의해 제작됐으며 최근들어서는 1년에 평균 3백60여개의 교육기관에서이 제도를 이용한 설계교육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대학연구소나 개별연구소의 지원을 위해 공식적으로 탄생한 것이바로 반도체 연구조합(SRC)이다. 기술개발의 저변확대를 위해 SIA가 82년에 결성한 SRC에는 60여개 이상의 반도체업체 및 정부기관들이 참여해반도체 기술개발에 대한 장기연구계획의 수립 및 수행, 그리고 자금지원 등에 중요한 역활을 해오고 있다.

특히 주요대학의 학부 및 대학원생과 연구 기관들에 의해 행해지는 기초및 응용 기술연구에 관한 통합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이를 지원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SRC는 이제까지 정부로부터 약 3억 달러의 기술지원금을 받아반도체업계가 선정한 수백명의 학부 학생들과 1천여명이 넘는 대학원생들에게 지원해오고 있다.

SRC는 이처럼 대학연구소의 기능강화를 통한 기술인력의 저변확대 및기초기반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산업현장으로의 기술이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와 공동으로 9백50회 이상의 기술이전회의를 가졌으며 8천여개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또한 이런 가운데 62개의 기술특허를등록했으며 119개의 특허 출원을 진행하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성과를 거뒀다.

SRC는 주로 디자인·제조공정·시스템관리·미세기술 등에 4가지 핵심기술을 중점 연구해오고 있는데 이들 연구결과는 고집적회로(ULSI)제품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주고 IC생산시의 수율향상·제품축소(Shrink)기술의급진전을 가져와 업계의 제품경쟁력 제고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한국반도체공동연구소의 朴英俊소장은 『미국 반도체산업 부흥에는 SIA,세마테크와 함께 이처럼 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적기에 개발하고 이를상업화할 수 있도록 업계에 기술을 이전해주는 SCR와 같은 잘 짜여진 연구기능이 뒷받침이 됐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