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4.11총선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 올해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상대방 헐뜯기와 지키지도 못할 허황된공약을 내놓는 후보자들이 많다. 나중에 삼수갑산에 가는 일이 생기더라도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속셈이다.

후보자들의 공약은 유권자들이 가능성 여부를 판단해 표로 심판하면 되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유권자를 괴롭히는 선거공해다.

대표적인 것이 팩시밀리·전화·PC통신을 이용한 사례다.

유권자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팩시밀리 번호를 파악해 무차별로 보내는 후보자에 대한 각종 홍보물은 일종의 폭력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준다. 이같은 홍보물일수록 예외없이 휴지통으로 직행한다. 해마다 종이가 모자라 귀중한 외화를 들여 펄프를 수입하는 우리의 현실에서보면 엄청난 자원낭비가 아닐 수 없다.

후보자들이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이용해 실시하는 전화설문도 마찬가지다. 밤늦게 또는 이른 아침에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가 고작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 『지역 민원이 무엇이냐』고 하면 기분 좋은 사람이 몇 명이나되겠는가. 같은 내용의 전화를 몇 번 받으면 짜증스럽다 못해 불쾌한 심정이다.

PC통신을 통한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도 문제다. PC통신은 이미정보화시대의 생활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87년에는 가입자가 2백여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백여 만명에 이른다. 그만큼 이용자가 급증하고 파급효과도 대단하다.

이런 PC통신이 일부 총선 출마자들과 선거운동원에 의해 비방과 흑색선전장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상대방 포럼에 유언비어를 싣는 일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경찰이 이번에 PC통신을 이용한 이같은 사례를 강력하게 단속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단속에 앞서 유권자들한테 불편함을 주는 각종 선거공해를 근절하는 일에 후보자나 선거운동원들이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