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악카드 시장 외산 급속잠식 "비상벨"

음악카드 시장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외산 제품이 발붙이지 못했던 음악카드 시장이 올들어 외산제품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31%에 불과했던 사운드블라스터수입품이 올해 11만장이 넘게 판매돼 1.4분기 점유율이 68%에 육박한 것으로잠정 집계됐다. 또 사운드블라스터 편법수입제품과 미국과 대만 등지의 수입품의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증가해 올해 처음 10%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전체 수입제품이 차지한 시장점유율은 약 80%나 되는 것으로 업계는추산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국내 음악카드 시장을 석권해 온 옥소리 음악카드는 올해 약3만장을 판매, 시장점유율이 19% 안팍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옥소리는 지난 91년 이후 줄곧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공급했고 94년에는전체시장의 85% 가량을 독점 공급해 명실공히 국내음악카드업계의 선두주자로 손꼽혀 왔다.

올들어 외산 음악카드 시장점유율이 급증한 것은 32비트 운영체제인 윈도95가 기본으로 보급되면서 소비자들이 사실상 멀티미디어 표준음악카드로 인정받고 있는 싱가포르 크리에이티브사의 사운드블라스터 제품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

첨단 멀티미디어 복합기능을 고루 갖춘 후속제품과 응용솔류션을 신속하게내놓지 못했던 점도 외산제품에게 시장을 빼앗긴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음악카드 생산업체들이 주공급처인 조립PC시장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보다 현상유지 수준의 守城策을 선택, 외산제품의 시장잠식을 자초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싱가포르 크리에이티브사는 지난해말부터 음성인식시스템, 그래픽 및 MPEG복합제품, 고속CD롬 드라이브, 멀티미디어 CD타이틀, 인터네트 등 10여종의 부가가치가 높은 후속 연계제품을 집중 출시해 같은 기간동안 참신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국산품은 손쉽게 따돌렸다.

무엇보다 국산음악카드의 대명사인 옥소리가 일관성있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지 못했던 점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솔전자는 지난해말 옥소리를 전격 인수, 멀티미디어 업계의 천하통일을장담했지만 6개월을 넘은 지금까지 이렇다할 마케팅 전략조차 내놓지 못하고있다. 옥소리가 한솔전자에 합병되면서 3∼4개월 이상 영업력이 공백상태에빠진데다 신제품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한 것이 주요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옥소리 인수가 마무리된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제품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이에따라 옥소리 음악카드 판매량이 격감했다』고밝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 등지로부터 우회수입된 사운드블라스터 제품도 여전히 밀반입되고 있는데다 미국과 대만업체들이 생산한 저가형 음악카드들의 반입물량도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운드블라스터 우회수입품은 올해에만 약 1만5천장 이상 반입돼 저가에 살포된 것으로 밝혀져 국산음악카드의 설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와관련 한솔전자, 서한전자, 신호텔레콤 등 국산 음악카드 생산업체들은서둘러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신제품 개발을 제외하면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업계는 이같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음악카드를 포함, MPEG보드,팩스모뎀, 비디오카드 등 멀티미디어 부품시장에서 국산품의 시장기반이 상실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