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선거일이다. 그간 후보들은 유권자를상대로 유인물을 돌리거나, 연설회를 개최하는 등 발길이 매우 바빴다. 유권자는 유권자대로 공식적인 유인물도 살피고, 매스컴을 통해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또는 주위의친지로부터 의견도 들어서 나름대로 제일 훌륭한 인물에게 한 표를 행사일것이다.
이번 선거는 정보통신시대에 걸맞게 각종 통신 수단이 다채롭게 동원되고있다. 전화, 팩스는 물론이고 PC통신사용은 기본, 인터넷 상의 웹 홈페이지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구체적 인적정보공개(전과조회 등)가 실현되지 못했으므로 유권자는 후보 개개인의 사람됨됨이, 특히진실하고 성실한가, 정의로운가 등을 알기 어렵다.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공약을 보기보다는 과거의 행실을 검토하여 판단하는 것이 더 믿음직스럽기에 더욱 아쉽다.
그러나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공개된 자료를 컴퓨터와 정보통신을 활용하여 검색하여 후보의 경력을 부족하나마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일간지의 몇 년치 신문의 기사가 컴퓨터에 수록되어 있고, 잡지에 기고한 글도 일부 검색가능하다. 후보자의 이름으로 검색하여 관련부분을찾아보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정치신인이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은 자세한 부분에대해서는 자료가 나오지 않는 단점을 갖고 있다.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낫지 않을까 한다. 또 유권자가 이렇게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후보자가 먼저 자료정리하여 통신에 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컴퓨터와 정보통신을 활용한 전자민주주의의 핵심은 반대 방향의정보흐름, 즉 시민으로부터 정치인, 정부로 향한 적극적인 직접의견전달수단의 확보에 있다. 우리나라도 각 정당, 정부부처, 정치인 일부가 전자우편을통한 의견 수렴을 시도하고 있고 이는 점차 확산추세에 있다.
그러나 전자민주주의가 올바르고 믿을만한 수단으로 정착되려면 여러 가지기술적, 제도적, 문화적 걸림돌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전자우편을 보낸 시민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가능하여야 할 것이다.
인터넷 상에 앨고어 미국 부통령이 보낸(사실은 다른 사람이 이름을 도용하여 보낸) 우편물이 범람하여 마비될 것이다라는 조크가 미국공학저널에 실린 것이 있는데, 여론조사, 모의투표, 로비 등 모든 민주적 활동은 반드시실명제가 원칙임을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또 전자민주주의에 참여하려면 전자정보를 읽거나 쓰거나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이훨씬 익숙한지라, 여론의 중심이 이동하게 되는 변화를 낳게 된다.
컴퓨터의 우수한 정보처리능력이 때로는 전자정보의 고의적 훼손, 변경,의도적 유출 등으로 그릇된 정보의 유통을 초래하여 민주주의의 기본 바탕인정확한 정보파악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정보통신수단을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불균형도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전화 여론조사와 같이 전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론조사시간에 집에 한가히 있는 자만을 상대로 한 왜곡된 결과를 가지고 전자민주주의를 실현하지는말아야 할 것 아닌가.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