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가 올해초 선보인 「입체냉장고Ⅱ」 4백80ℓ 이상 모든 모델에 대해 국내 처음으로 후불판매제를 실시한다는 소식이다. 소비자들이 냉장고를10일 동안 사용해 보고 괜찮으면 제품값을 지불하고 품질상에 결함이 있거나디자인·색상 등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반품시키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우전자의 후불판매제는 이달 15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한시적으로실시되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제도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다가 중대한 결함이 있을 경우 제품을 전면 교체해 주는 것이 그동안 일반화된소비자 보호제도였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대우의 후불판매제 도입은 소비자가 제품의 생산을 결정하는 소비자주권시대에 부응하는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후불제는 궁극적으로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높이고 제조회사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후불제의 결과에 따라 해당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다. 즉 제품구입자의 반품이 많을 경우 본래의 의도와 달리 기업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 결국에는 제품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할지도 모른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없이 후불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모한 모험」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세계 유명 전자업체들이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해 일정 기간동안사용해 본 후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제품대금을 전액 환불해주는 환불보증제를 도입하면서도 후불판매제를 검토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냉장고에 대한 자신감」으로 표현되는 이번 행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판매촉진을 위한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시성행사를 통해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결코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후불제 대상품목을 확대하고 기간도 연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