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부품업체가 밀집한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 694번지에 들어서면 이례적으로 검푸른 색의 5층 건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인근 건물들이 대부분 흰색이나 붉은색 계통의 색깔을 지녔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이같은 외벽의 색이 다분히 페라이트 특유의색깔을 상징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바로 이곳엔 페라이트를 주 원료로 좁쌀(?)만한 칩비드와 칩인덕터를 생산, 이 분야에서 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다는 (주)쎄라텍(대표 吳世宗)이 자리잡고 있다.
세라믹(Ceramics)과 기술(Technology)의 머릿글자를 따서 회사 이름을「쎄라텍」이라 지었다는 오세종 사장(56)은 단번에 『칩비드·칩인덕터 등초소형 정보통신기기에 주로 채용되는 칩부품에선 무라타·TDK에 이어 태양유전과 함께 세계 3위권』이라고 잘라 말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있다.
이는 물론 세계 양대 칩부품업체인 일본 무라타와 TDK의 아성이 워낙탄탄해 국내는 커녕 일본에서도 제대로 명함을 내밀만한 업체가 없다는 것이큰 이유지만 이 회사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세계적」이란 수식어가전혀 낯설지 않다.
주력품목인 페라이트 칩비드와 지난해부터 양산중인 칩인덕터를 기준으로쎄라텍의 현재 칩부품 생산능력은 약 월 1억5천여만개. 무라타와 TDK에비하면 10분의 1도 안되고 월 10억개의 MLCC를 생산하는 삼성전기에 비하면 보잘것 없지만 노이즈 제거용 칩세라믹 부품만큼은 국내에선 아예 경쟁상대가 없다.
매출 70억원(95년)의 평범한 중소업체로 치부하기엔 일단 주요 거래선의명단부터 화려하다. 히타치를 시작으로 마쓰시타·소니·AT&T·휴렛팩커드·모토롤러·TI·애플 등 미국 및 일본의 내로라하는 80여 정보통신기기업체들이 이 회사의 주요 고객들이다.
덕분에 이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보다는 해외에서 훨씬 더 잘 알려진 몇안되는 국내 중소부품업체중 하나로 꼽힌다. 전체 매출중 로컬수출(10%)을 포함한 수출 비중도 무려 95%에 달한다. 수출호조에 힘입어 매출도 매년 두배이상 껑충 뛰어 본격 사업개시 3년만인 올해엔 2백억원을 목표로 할 정도다.
지난 89년에 설립, 6년만에 이 회사가 세계적인 칩부품업체로 올라선 데는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90년 TDX용 고용량(1마이크로패럿) MLCC를 어렵게 개발했으나 단한개도 팔리지 않는 좌절을 겪었지요. 그러나 이를통해 세라믹 적층기술을확보, 칩비드·칩인덕터 개발에 밑거름이됐고 품질과 지명도의 중요성을 실감, 4년간 연구개발에만 몰두했습니다』
과감한 R&D 투자와 남들이 하지 못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든게 성공의 비결이었다는 오사장은 『각종 세라믹 컴파운드 기술을 활용한 소재국산화, 異質의 재료를 동시에 燒結시키는 cofiring기술, 정밀 積層기술이 혼합돼 나름대로 강점으로 나타났다』고 자평한다.
칩비드와 칩인덕터로 독보적인 기반을 쌓은 쎄라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세라믹 관련기술과 적층기술을 활용한 야심찬 신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 무라타와 같은 세계적인 종합 칩세라믹 부품업체로 올라서기 위해선 할일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머지않아 이 회사 카탈로그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품목은 칩LC필터·MCMC기판·ZnO계 칩배리스터·마이크로웨이브 서브스트레이트(substraits) 등 다양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제품 역시 대부분 국내 「양산 1호」로 기록될 것이라는 점이다.
쎄라텍은 이를 위해 우선 기존의 칩비드 및 칩인덕터를 주력 생산할 페라이트사업부와 앞으로 전략적으로 육성할 세라믹사업부를 분리, 현공장 인근에 설립한 건평 4백평 규모의 제2공장을 오는 5월1일부터 본격 가동, 하나하나 실천에 옮길 예정이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