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중소기업 경영지도 강화 급하다

최근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지난해 부도업체수가 94년 대비 24.3%나 증가해사상 최대인 1만3천9백92개에 달하는 등 시장개방과 산업구조 조정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경영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을 막론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각종 중소기업 지원시책도 봇물처럼 양산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중소기업청(中小企業廳)을 서둘러 개청한 것도 이러한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원대책을 보다 일관되게 체계적으로 추진하려는 정책의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늘 겪고 있는 어려움이 우수한 중소기업 시책이 없기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중소기업 시책은 그 체계나 다양성 면에서 어느 나라보다도 앞선 편이지만 최근까지도 물량위주의 성장정책에 치중한 나머지 전시적인 경향이 컸고, 따라서 그 실천에 소홀했던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불거져나올 때마다 각종 대책이 강구되었으나 이들 시책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된 경우는 드물어 실효성이 매우 낮았던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부도 대책만 보아도 그렇다. 흔히 중소기업의 부도라고 하면자금난을 떠올리기 쉽고, 그 대책으로도 금융지원을 앞세우지만 이는 급한병에 주사를 놓는 정도의 대증요법(對症療法)에 불과한 것이다.

기업의 부도는 자금난의 원인이 되는 판매부진, 무리한 투자, 채산성 악화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결국은 한마디로 체질이 약하기 때문에쓰러진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에 우리 경제가 비교적 호황인 가운데에서도 중소기업의 부도가 급증한 것은, 산업구조 조정 등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약한 한계기업의 퇴출(退出)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체질이 그만큼 취약한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우리나라 중소기업 부도업체수 1만3천9백92개는 일본이 불황을 극심하게 겪었던 92~94년 기간중 연간중소기업 부도업체수와 비슷한 수치지만,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수가 2백50만여 개로 일본의 6백50만개에 비해 3분의 1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중소기업의 취약성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렇게 볼 때, 부도대책도 일시적인 자금난 완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근본적으로 체질을 강화해 나가는 지속적인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시급한 것은 역시 중소기업이 경영 전반에 걸쳐 불합리한 요인을 개선하고효율을 높여 시장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영지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전문인력이 부족한데다 경영자의 관리능력, 장기적인 경영 안목 등이 취약하므로 이들에 대한 집약적이고 내실있는 경영지도의 기회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중소기업진흥공단, 능률협회, 공업진흥청, 생산성본부 등의 유관기관에서 각종 경영지도를 해 왔으나 문제는 그 비용이 과중해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EI, VE, QC 등 고도의 경영기법에 대한 지도가 제공되더라도 그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며, 그러다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비단 중소기업 문제일 뿐만 아니라, 최근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상호의존도가 높아져 「양질의 부품을 싸게 공급하는 중소기업 없이는 대기업의 우수한 완제품도 있을 수 없다」는관점에서 우리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선 중소기업이 경영지도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그 가용성을높이는 것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만의 경우와 같이 정부가 단기적인비용은 전액 부담하고 장기적인 지도사업에 있어서도 일정한도 내에서 소요비용의 절반 정도를 분담해 주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재정부담은 되겠지만 중소기업이 은행의 자금지원도 헛되이 도산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치달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것을 생각하면 미연에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나가도록 경영지도를 제공하는 것이 국민경제적으로도 훨씬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지난달 발족한 중소기업청도 기존의 공업진흥청의 기능을 흡수한 만큼 앞으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경영지도사업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펴 나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관리력, 기술력, 정보력 등 경영자원의 충실화를 유도하는 경영지도와 같은 질적 지원의강화에 중소기업 관계자 모두가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孫郁 삼성전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