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네트가 컴퓨터 환경의 대세가 되면서 학교 컴퓨터교육 현장에도 인터네트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거세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인터네트를 접하도록 함으로써 매일 쏟아지는 최신 정보와 지식을 학습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있게 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정보화시대의 적응 능력을 배양해 주고 나아가서는 국가 경쟁력을 드높여 보자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학교 컴퓨터교육 현장에 가보면 이같은 주장에 상당한 거리가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선 인터네트는 고사하고 컴퓨터를 제대로 가르칠만한 장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정부의 컴퓨터교육정책 역시 올해로 8년째에 접어들고 있으나 아직도 현실정에 맞는 커리큘럼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으며 지도교사도 태부족이다.
본지는 앞으로 주 2회(월·목)씩 총12회에 걸쳐 이처럼 부실하게 된 학교정보화교육 환경을 긴급 진단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올바른 정보화교육을 제시할 계획이다. <편집자>
자라나는 세대의 정보화교육은 크게 교육장비(교육용 컴퓨터)·교육내용(커리큘럼)·지도교사·정부정책·사회적 관심 등 5가지 측면에서 고려해 봐야 한다.
정부가 정보화시대에 대비, 대국민 컴퓨터 조기교육을 실시키로 하면서 각급 학교에 교육용 컴퓨터를 보급키로 한 것은 89년부터이다.
현재 각급 학교에 1실씩 설치돼 있는 컴퓨터실의 교육용 PC는 대부분 87년에서 90년 사이에 제작됐던 학생용 XT급(2인1대)과 AT급(교사용 1대)들이다. XT급의 경우 기종 사양은 기본메모리 5백12KB, 보조기억장치로는 3백60KB 용량의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 1대, 디스플레이 장치는 14인치 흑백모니터 등이며 운용체제로는 86년에 발표된 「MSDOS 3.3」이 사용된다.
이같은 규격으로는 인터네트 접속은커녕 웬만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조차 실행시킬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은 규격으로 현재 가정이나 기업환경에서 사용하고 있는 「덩치큰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기란 불가능하다. 조사결과 90년 이후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실행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학생들도 학교 컴퓨터실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한 고등학교 교사가주도한 95년 현재 서울지역 중·고생들의 PC보유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강북지역은 평균 65%, 강남지역은 평균 87%의 학생이 각각 가정에 PC 1대이상씩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또 전체 PC 보유학생의 70% 정도가 386급 이상, 486급 또는 펜티엄 기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주도한 서울 중앙여고 교사 성재수씨는 『일선교육을 담당하다보니 학교에 보급된 컴퓨터 기종이 너무 낡아 현실 교육에 한계가 있다』고털어놓고 있다.
가정에 있는 컴퓨터가 훨씬 고급이다 보니 학생들의 동기유발은 커녕,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도 무엇을 가르켜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는 것이다. 성재수씨는 이들 조사결과를 토대로 여러 경로를 통해 학교 컴퓨터교육 장비의개선을 주장했으나 거의 받아아 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각급 학교 컴퓨터 교육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컴퓨터관련 교육과정을 보면 초등학교는 5.6학년 실과교과에 1개 소단원, 중학교는 기술 및 산업I 교과에 1개단원이 각각 정규 과정으로 배정돼 있다. 고등학교는 일반계의 경우 기술·상업 등 실업과목에 1개 단원이 배정돼 있다. 교과내용은 초등학교의 경우 10여쪽 미만의 소단원을 통해 「컴퓨터는 이런 것이다」라는것쯤으로 끝나고 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컴퓨터에 대한 학문적 접근과 실습으로 된 큰 단원으로 돼 있는데 인터네트와 멀티미디어와 같은 현실컴퓨터환경을 설명한 대목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학교에서 학생 실습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한글MSDOS 3.3」에 포함돼 있는 「퀵베이직」언어와 줄편집기(Line Editor)·파일복사(copy)·디렉토리검색(dir)하는 따위의 간단한 도스명령어 등을 반복학습하는 것이 고작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87년 발표된 행망용 워드프로세서「하나」나 89년에 발표된 「한글1.1」 등 3백60KB짜리 디스크 1장에 수록된 프로그램을 교사의 재량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도 『이런 프로그램들을 배워 어디에 활용하나』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가르칠 교사가 태부족인 현상도 마찬가지다.
개인적 취미를 가진 교사들의 모임인 서울지역 컴퓨터교사연구회 조사에따르면 95년 현재 전국 1만 8백여 초·중·고등학교(인문계)가운데 컴퓨터과목이나 관련 단원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교사가 1명 이상 확보된 곳은 1천여개교 미만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은 다른 과목 전공교사들이 자원하거나 기술 및 실업과목 담담교사들이 임시로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고려중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키고 있는 영어교사 진일웅씨는 교사부족현상을 학교컴퓨터 환경 현실의 열악함에 빗대어 『오히려 당연한 것이아니냐』고 되묻기도 한다.
1.2학년 12학급씩 24학급의 컴퓨터교육을 영어수업과는 별도로 맡고 있는진일웅씨는 교과단원 운영상으로만 보면 자신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고말하고 있다. 중학교 기술과목에 포함된 컴퓨터 단원은 대략 20여쪽 안팎으로서 이론교육이 60%, 실습이 40%로 각가 구성돼 있으며 컴퓨터단원에 할당된 시간은 학급당 연간 10시간 정도다. 따라서 10시간 가운데 6시간을 이론에 할당하고 나면 실습은 고작해야 4시간 정도다. 고려중학교의 경우 학급당4시간 정도의 실습시간을 월별로 배정해 놓고 있다. 즉 1학년 1반은 3월 1∼2주, 1학년 2반은 3월 3∼4주 하는 식이다. 따라서 『교사가 부족할 턱이 있겠느냐』는 것이 진일웅씨의 논리다.
그러나 진일웅씨는 『이같은 컴퓨터 교육은 안하는 것이 더 낳다』며 당국의 파행적 컴퓨터 교육에 일침을 놓고 있다. 그는 현재 컴퓨터 교사 외에 2가지 일을 더 하고 있는데 하나는 고려중학교내 특별활동반인 컴퓨터반 지도교사이고 또 하나는 나우콤의 지원 아래 서울시내 인터네트 교사모임을 주도, 이 모임의 지도강사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별활동 시간의 경우 진일웅씨는 자신이 직접 구입한 486DX컴퓨터를 교재로 활용, 학생들이 원하는 컴퓨터 교육의 진수를 전수하고 있어 컴퓨터반은 이 학교에서 최고로 인기 있다.
그는 이처럼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각급 학교 컴퓨터 교육활성화에 일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정부 차원의 컴퓨터 교육 정책이 발표된 것은 지난 89년 문교부(현 교육부)에 의해서이다.
88년 국무총리 산하 전산망조정위원회로 하여금 5대 기간망 추진사업 가운데 학교컴퓨터 교육을 우선지원 사업으로 하도록 독려했고 이를 토대로 문교부가 89년 6월 오늘날 학교 컴퓨터 교육의 골간이 된 「학교컴퓨터 교육지원세부계획」을 내놓게 된 것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보급PC 기종은 행망용 호환 16비트로 하며 96년까지 학교 당 1학급분(학생 2인당 1대, 교사용 1대)으로 하되 주당 교육시간은 초등학교 2시간, 중학교 7시간, 고교 8시간으로 돼 있다. 또 담당교사 확보를 위해 교대와 사범대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기존 수학·기술·가정 등 관련교사에 대해 연간 1백80시간 이상 특별연수를 실시한다는 것 등이 포함돼있다.
이같은 계획은 당시로서 획기적인 것이었고 각계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획기적이었던 만큼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처음부터 미지수로출발하고 있었다. 컴퓨터와 같은 실용 기술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기술발전의 흐름을 교과과정에 능동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학교 컴퓨터 교육지원 세부계획」에는 이같은 보완규정 등을 찾아볼 수없다. 따지고 보면 인터네트나 멀티미디어 시대에 아직도 XT를 실습기자재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교육의 현실은 바로 죽어있는 정부정책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학교컴퓨터 교육이 자라나는 세대의 정보화교육을 대변하고 있다는점에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집중도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라 하겠다. 사회적 관심은 크게 2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학교교육의 정책적부재를 메꿔줄 수 있도록 전문단체나 지역사회가 경주해야 할 노력이다.
두번째는 학교교육의 최대 수혜자인 기업의 사회적 공헌 노력이다. 전문단체나 지역사회가 기울여 할 노력으로는 우선 학교컴퓨터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표명 등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공청회를 열어 교과 과정에 대한 내용이나 정보화 교육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정립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해주는 것이다. 잘못된 이해로 컴퓨터 범죄에 빠져들거나 음란물에 탐닉하지않도록 하는 지도도 이들의 몫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공헌 노력으로는 학교교육의 최대 수혜자로서 기업시민의 역할을들 수 있다. 충실한 학교 컴퓨터교육은 기업들이 신입사원에 대한 재교육비를 그만큼 줄일 수 있으며 나아가 생산성 향상에 직결되는 것이다. 이같은측면에서 본다면 기업들의 학교 컴퓨터교육에 대한 투자는 이익의 사회환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89년 컴퓨터 교육정책의입안이 당시 한국전기통신공사(현 한국통신)가 공중전화 낙전수입을 사회에환원시킨다는 취지로 시작됐음은 매우 시사적이라 할 수 있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