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애플의 피핀사업 과연 침체 돌파구가 될 것인가

매킨토시가 가전제품으로 탈바꿈한 미국 애플 컴퓨터社의 「피핀」. 애플이 수년간에 걸친 연구작업끝에 회심의 역작으로 내놓은 게임및 인터네트 단말기인 피핀이 과연 벼랑 끝에 있는 이 회사를 극적으로 구출해낼 회생타가될 수 있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시점에서 관련업계및 시장전문가들이 내다 보는 피핀의 미래는 적어도 애플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결정적인 빅카드가 못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실 애플의 前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스핀들러회장의 피핀에 대한애착은 각별했다.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애플이 가전시장에 진출해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결정적 무기로 피핀을 거론하며 자사의 부진에 대한 시장전문가들의 우려를 잠재워 왔다. 조그마한 상자모양에 컴퓨터기능을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물론 이를 TV와 연결시켜 TV도 보고 게임도 하면서여기에 인터네트까지 검색할 수 있는 가전기기 개념으로 탈바꿈한 피핀이 고객들의 큰 관심과 호응을 얻으면 그동안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피핀은 스핀들러회장의 보호막이되지 못했으며 지난달 일본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제품은 애플의 상황을 크게 반전시키는 데는 역시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피핀은 지난달 22일 일본에서 「피핀 애트마크」라는 이름으로 애플과 제휴관계를 맺은 반다이社를 통해 출시됐다.반다이로서는 「애트마크」를 게임기시장에서 「새턴」이나 「플레이스테이션」등과 겨룰수 있는 승부수로 삼고 출시첫해에 50만대를 판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반다이에 피핀기술을 라이선스로 제공한 애플이 이를 통해 얻을 수있는 이득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반다이로부터 피핀 게임기당 10∼20달러와 게임 소프트웨어당 1달러의기술료를 받기로 해 애플이 피핀의 라이선스사업으로 큰 돈을 벌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일본출시에 앞서 지난달 초 미국에서 가진 시연회에서 이 제품은소프트웨어업체들로부터도 시큰둥한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애플리케이션확보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 주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미국시장서의 판매시기이다.

원래 93년부터 구상에 착수,게임기의 하나로 출발했던 피핀은 94년 애플이반다이와 제휴하면서 전용 게임기에서 방향을 전환,피핀에 모뎀과 웹 브라우저를 내장해 저가 인터네트 단말기 기능까지 결합시킴으로써 당초 94년말 출하시기가 올해 3월로 미뤄지게 됐고 미국시장에는 올 연말께나 돼야 출시될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때가 되면 이미 올 중반에 나올 오라클의 저가 네트워크 컴퓨터(NC)가 시장에서 기선을 잡을 것이고 세가도 인터네트 검색겸용 게임기를애플보다 낮은 가격에 곧 내놓을 계획으로 있어 피핀 애트마크의 인터네트검색기능이라는 장점은 결국 퇴색된다.

또한 애플은 제조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28.8kbps급 대신 14.4kbps모뎀을내장하고 있어 속도에서도 뛰어나지 못하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TV로 인터네트를 접속할 때 화면에 뜨는 텍스트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도 걸림돌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핀 개발진들의 이 제품에 대한 애착은 여전하다.

길버트 아멜리오 현회장도 스핀들러의 피핀에 대한 사업정책을 계승,이를자사 주력사업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고화질 TV나 스테레오 컴포넌트중 하나,그리고 교육장에서의 PC대체용등 다양한 형태로 피핀의 용도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아래 다른 업체와의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또한 다음달 중반께도 피핀과관련한 모종의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어쩌면 피핀은 「미래의 사업모델」이라는 애플의 주장대로 당장에이 회사를 위기에서 건져내는 요술방망이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평가되어야 할 사업으로 보아야 할 지도 모른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