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4040」, 「X6038」, 「LC3535」.
무슨 암호같지만 사실은 복사기에 붙여진 이름들이다. NT는 뉴 테크놀러지를 채용했다는 의미에서 신도리코가 자사 제품에 붙인 영어 약자이고 X는제록스가 자사의 영문 이니셜을 따붙인 이름이다. 또 LC는 롯데캐논의 영문 약어다.
반드시 통일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뒤에 숫자들은 대개 분당 복사매수나 개발연도 또는 고속, 중속, 저속 등 제품의 특성을 가리킨다. 예컨대 X5250은 제록스가 95년에 만든 제품으로 분당 복사매수가 25매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복사기에 이처럼 암호식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전적으로 업체의 입장 만이반영됐기 때문이다. 특성에 따라 복사기를 쉽게 분류할 수 있도록 업체들이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이름을 붙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이름들은 사용자들이 이해할 수도 없고 따라서 오랫동안 사용하고도 제품명을 기억할 수 없다는 중대한 결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시장판도를 크게 변화시킬 결정적인 히트상품이 나와도 사용자들은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못한다.
때문에 업체들은 최근 복사기에 쉬운 이름 붙이기 운동을 잇따라 벌이고있다. 기존 모델명 외에 사용자에게 강력한 제품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이에따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상표명을 복사기에 붙여주자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작명법은 이미 가전 및 컴퓨터, 통신업계에서는 일반화되고있다.
예컨대 「애니콜」삼성전자 휴대전화기, 「왑스」텔슨전자의 광역삐삐 등 웬만한 소비자들은 이름만 가지고 제조사나 제품을 알 수 있다. 이들 제품은모델명 외에 별도의 상표명으로 소비자에게 강력한 이미지로 파고 들고 있는것이다.
복사기 업체에서 이같은 新작명법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신도리코다. 신도리코는 수출주력기종에 「콘돌」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 이어 최근에는 자사의 최대 히트상품인 「NT4040」에 대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쉽고 편한 이름을 공모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는 모든 신제품의 이름을 이같은 방식으로붙여나갈 방침이다.
코리아제록스도 기존 작명법에서 탈피, 고속복사기에 「비바체」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향후에도 쉬운 이름붙이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선경은 최근 일본으로부터 도입 판매하고 있는 고속복사기에 「셀렉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고 현대도 자사제품에 「벨로즈」라는 이름을 붙인 바있다.
이제 복사기 시장에도 회사의 이름 보다는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운마키팅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