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와 반도체장비의 B.B율(출하액 대 수주액비)이 어떻게 이처럼 다를 수 있을까. 최근 미국 반도체B.B율과 반도체장비의 B.B율을 보면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소자 B.B율은올들어 1.0이하로 내려가기 시작해 1월 0.92, 2월 0.89에 이어 3월의 경우근 10년만에 최저치인 0.8를 기록했다.
반면 반도체장비 B.B율은 올 1월 1.26에 이어 2월에는 1.33을 기록하는 등소자와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핵심 前공정장비의 경우 1.39에 달하는 등 공급부족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장비의 경우 소자와는 달리1∼2년후의 시장을 위한 생산라인 구축이라는 점에서 B.B율로 당장의 경기를점치기는 분명 무리다. 하지만 향후의 투자도 현재의 경기전망을 고려해 실행한다는 점에서 완전 별개의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최근의 두 산업간 B.B율이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기의 뚜렷한 변화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B.B율 산정이 안고 있는 내재요인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먼저 B.B율의 산정기준이 금액이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수주 및 출하의 절대물량은 변함없더라도 가격이 떨어지면기본의 주문받은 물량과 출하의 당시의 가격 차이로 B.B율은 떨어질수 밖에없다는 것. 최근의 소자 B.B율 급락도 수주감소 보다는 D램 가격폭락 등의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경기는 수주와 출하의 절대물량 흐름으로 평가해야하기 때문에 금액을 기준으로 한 현재의 B.B율을 무조건 경기지표로 삼을 경우 오류의 가능성이 적지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현재 호조를 보이는 장비 B.B율을 반도체경기의 지표로 삼는 것도 마찬가지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반도체기술이 회로선폭 0.5미크론에서 0.35미크론 이하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세계 반도체업체들은 이에 대응하는 고성능 장비의 신규 및 대체구입을 서두르고 있다. 올들어두드러진 장비시장의 활황은 반도체시장 선점을 위한 관련장비의 선투자일뿐실제 반도체 경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밖에 미국반도체 B.B율이 기본적으로는 「북미지역의 경기지표」라는 것도 유의해야할 대목이다. 물론 아직까지 미주시장이 세계 반도체시장을 이끌고 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지역을 포함해일본·유럽 등의 주요 업체들이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당월의 B.B율산정시점이 다음달 중순경이라는 점도 빠르게 변하는 반도체 경기의 지표로삼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미국 반도체 B.B율은 반도체 경기예측을 위한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최근 반도체경기가 가격안정세를 되찾으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3월 B.B율 0.8」을 무색케하는 반증』이라고 강조한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