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浚模 (주)마이크로소프트 이사
최근의 인터네트 붐은 80년대 초의 PC혁명과는 달리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의해 이루어졌다. 인터네트 혁명은 불과 1년 전까지 신문과 방송에서차세대 정보통신의 총아로 각광받던 정보고속도로의 열풍을 한순간에 잠재워버리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렇게 빨리 정보고속도로의 열풍이 식어버린 것은 기존 전화선 및 근거리통신망(LAN)과 같은 사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인터네트의 부상을 예상하지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광대역 네트워크를 깔아서 실현하려 했던 정보고속도로의 계획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일 수밖에 없었다.
정보고속도로의 허상을 깬 것은 사용자들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사실그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했을 뿐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에서 추진하던정보고속도로의 실현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정보고속도로에 대한 반란」으로 비유되고 있는 인터네트의 부상은 불투명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사용자들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이를테면 8차선 고속도로가 건설될 때까지 상품의 수송을 마냥 지체시키기보다는 좁고 느리지만기존 국도를 새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기존 국도는 전화선을 의미한다. 또 새롭게 활용하는 방법은 월드와이드웹(WWW)과 같은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네트의 부상이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예컨대 80년대 초의 PC혁명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도스와 같은 범용 소프트웨어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 인터네트는 정부나 업계의 의도와 전혀 무관하게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정부나 업계의 의도에 반해서 나타난 것이 바로 인터네트라 할수 있다. 처음에 정부나 업계는 이같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거부했다. 특히기업들의 경우 처음에는 이런 인터네트가 비즈니스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IBM·오라클·노벨과 같은 회사들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들은 과거 PC혁명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컴퓨터환경의 변화는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믿고 의도적으로 인터네트의 부상을 가로막기도 했던 것이다.
이제 인터네트의 부상은 금세기 정보통신 사용자들이 쟁취한 가장 위대한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점과 관련해서 본다면 최근의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움직임을 보면분명해지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제 인터네트에 기업전략의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는 정보통신 관련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있다고 해도 변신을 시도하지 않는 한 살아남기 힘든 것이다.
정부의 모든 정책은 인터네트 환경을 전제로 짜여지고 있다. 기업들의 움직임은 이보다 훨씬 더 활발해서 인터네트 환경을 기술적으로 주도하려는 업체군과 인터네트 환경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려는 업체군으로 양분되는현상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이같은 움직임에서 보여주듯 인터네트와 같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정보통신 환경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보통신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사용자이며 이 때문에 모든 정책이나 서비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계되고 만들어져 한다는 것이다. 향후 정보통신 환경의 변화는 모두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의해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