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기억장치 표준경쟁 치열

차세대 멀티미디어 기억장치 표준을 장악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따라 국내 기억장치 관련업계는 또 한차례 표준경쟁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게이트·IBM·웨스턴디지털 등 세계적인 기억장치업체들은 올들어 급격히 대용량화되고 있는 하드디스크 인터페이스 표준규격을 선점하기 위해 「울트라스카시(Ultra SCSI)」 「SSA(Serial Storage Architecture)」 「확장IDE」 「광채널형루프(FCAL:Fibre Channel Architecture Loop)」 등의 규격을앞세워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기억장치업체들이 차세대 대용량 기억장치 표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 이유는 엄청난 용량의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순식간에 하드디스크로부터 읽어내고 반대로 기록할 수 있는 고속 기억장치가 향후 주도권을거머쥘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또 개인용 PC를 이용해 디지털 이미지나 정지화상·동화상 등의 정보를 활용하는 컴퓨터 사용자가 급증해 고속처리가 가능한 기억장치가 필수품으로부상, 시장규모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하드디스크업계가 이 분야에눈독을 들이는 이유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개인용 운용체계가 디스크 입출력이 잦은 32비트로 상향조정됐고 주문형비디오(VOD)와 실시간 화상회의시스템 등의 대중화가 임박해 고성능 기억장치가 가전제품처럼 가정과 사무실에 보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도 한몫 거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터페이스 경쟁에 불을 댕긴 업체는 전세계 하드디스크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이 회사는 올초 초당 40MB까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와이드울트라스카시Ⅲ 규격의 하드디스크 신제품을 전격 발표해 고속 인터페이스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울트라스카시Ⅲ는 전송속도가 기존 스카시규격보다 2배나 빠른 초당 20MB,확장규격인 와이드울트라스카시는 초당 40MB를 전송할 수 있다.

SCSI는 지난 20여년 동안 줄곧 대용량 하드디스크 고속 인터페이스 분야를주도해 온 규격으로 워크스테이션은 물론 매킨토시·고성능PC·산업용 PC 등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울트라스카시 규격을 지원한 제품을 양산 중인 곳은 시게이트가 유일하며 퀀텀·HP 등 메이저 하드디스크업체들도 2.4분기 중 신제품을 출시해멀티미디어 기억장치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IBM의 SSA도 차세대 기억장치 표준 인터페이스로 유력시되는 규격. SSA는전송속도나 한꺼번에 연결할 수 있는 기억장치 수 등 핵심조건에서 기존 경쟁규격에 비해 성능이 휠씬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SA는 초당 80MB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광전송장치 수준에 육박하는 고속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

직렬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억장치 수도 무려 1백27개까지 가능하다. 특히많은 기억장치를 연결해도 처리속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메인프레임부터 PC까지 전컴퓨터 기종에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호환성 및 시스템 안정성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SSA 진영에는 IBM을 비롯해 대용량 분야에서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마이크로폴리스가 포진하고 있다. IBM은 향후 생산할 대용량 하드디스크에 SSA 인터페이스를 기본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확장IDE 진영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80년대 중반 첫 규격이 마련된 IDE를 전면 개정해 93년말 확장IDE 규격을 내놓은 웨스턴디지털은가장 대중화된 규격임을 앞세워 기득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강력한 후속규격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내년 이후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광채널형루프(FCAL)규격도 기억장치 인터페이스 분야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FCAL은 최대 1백28개 채널을 지원하며 채널별로 초당 1백30MB씩 데이터 전송이가능해 전체적으로 1TB이상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인터페이스 방식이다.

FCAL에는 시게이트, HP, 퀀텀, 웨스턴디지털 등 기억장치 업체들과유니시스, 컴팩, 인텔 등 시스템 메이커, 버스로직, 어댑텍, LSI, AMP등 컨트롤러·칩세트 업체 등 1백여개의 회원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어떤 규격이 대권을 차지할 수 있을런지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보급형 기종에서는 가격이 월등히 저렴한 확장IDE 진영이 당분간강세를 유지할 것이며 대용량 분야에서는 IBM의 SSA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FCAL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제품이 대량생산될 전망이어서 본격적인 시장은 98년 이후에나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