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시장의 벽은 높다. 그동안 우리영화를 수출한다는 발표만 떠들석했지 실제로 세계무대에서 성공을 거둔 영화는 없었다.
지난해 연말 미국 75개 극장에서 간판이 걸릴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던 「301‘302」도 지금까지 미국 극장에서 개봉됐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화제를 뿌리고 있는 있는 「꽃잎」(미라신코리아 제작)은 최소 2백38만달러에서 최고 6백만달러에 수출될 것이라고 발표됐지만 당초 발표와는 달리 계약상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이는 로열티가 아닌 개런티 개념으로 흥행에 실패할 경우엔 이 금액을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두가지 사례는 해외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국내영화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총 15편의 우리영화가 수출되어 20만8천6백79달러를 벌어들이는데그쳤다. 94년(총 11편, 62만8백79달러)에 비하면 작품수는 4편이 늘었으나금액면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95년 한햇동안 수출한 영화를 모두 합쳐도 우리가 수입하고 있는할리우드의 B급 액션영화 한편 가격에도 못미치고 있다.
신상옥 감독의 「마유미」가 일본 TV판권으로 1백23만달러를 받아낸 것을제외하면 극장개봉을 염두에 둔 영화중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거둬들인 22만달러가 역대 우리영화의 수출에 있어서 최고의 판권료였다.
우리영화의 평균수출가는 1만달러도 안된다. 우리영화는 헐값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1원이라도 남으면 우선 팔아야 하는 시장논리로볼때 수출단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명도가 없는 우리영화로 세계시장을 뚫어야 하는 점에서 볼때 수출금액 자체는 중요치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얼마나 많은 외국관객이 우리영화를 보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 화제가 됐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정도가 외국에서 실제로 개봉된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영화도 일반극장이 아닌 파리의 아트필름 전용관에서 소수 마니아들에게 선보였을 뿐이다.
결국 우리영화는 대규모 영화행사에서 요식행사로 거치는 이른바 「한국영화주간」을 통해 소개되는 것을 제외하면 외국관객들이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해외관객들에게 유리된 채 국제영화제에서의 호평만으로 국내영화를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