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반도체 인프라구축 서두르자 (8);유럽 사례(하)

유럽 전자산업의 목표는 21세기의 정보통신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우위를차지한다는데 모아지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산업 정책도 이에 적합한 기술개발 전략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SGS톰슨·지멘스·필립스 등 주요 3사가 DSP·파워 시그널IC·스마트IC 등 주로 정보통신용 반도체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략에서 나온 결과다.

이를 위해 유럽은 미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설계기술 확보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럽 각국은 지멘스·SGS톰슨·필립스 등 대표적인 업체를 앞세워 무엇보다 정부연구소와 대학 연구소 그리고 기반기술연구소 등의공동지원체제를 통한 효율적인 연구개발시스템 구축에 힘을 모았다.

유럽에서 반도체 기술인프라에 가장 앞장선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70년대 말 한 컴퓨터 아키텍쳐 그룹에서 개발한 서키트 멀티 프로젝트(CMP)서비스를 대학으로 확대해 대학연구소의 활성화를 꾀했다. 84년에는 미국의MPC서비스와 비슷한 성격의 이 CMP서비스를 아예 칩 제조를 위한 국가차원의 프로젝트로 재정비해 대학의 반도체기반기술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또 86년 들어서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교육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산업용CAD소프트웨어를 구입, 각 대학에 기증하는 등 대학의 설계 기술개발 기반구축에 앞장섰다.

현재 CMP는 교육성·연구성·산업성 등에서 자금지원을 받고 있으며 국립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TIMA) 내에 조직체를 두고 서비스활동을 벌여 최근까지 무려 1천2백개에 달하는 연구·교육용 칩을 제작했다.

독일의 IC 디자인프로젝트인 EIS는 대학의 IC연구개발 및 교육을촉진시킬 목적으로 시작됐는데 VLSI설계에 관한 전문 인력육성에 초점을맞추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연구기술성과 지멘스社로부터 지원을 받아 국립정보처리연구소 등을 포함해 26개 대학에서 교수 50명과 전문스탭 40명이참여, 칩 제조를 위한 실용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설계시스템에 이르기까지토털 디자인 기술개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유럽 각국의 개별적인 연구결과를 통합, 全유럽의 대학 및 연구기관에 제공하기 위해 EU차원에서 탄생된 프로젝트가 바로 「유로칩」서비스기구이다. 유로칩은 프랑스·독일·벨기에·영국·덴마크 등 5개국이 참여해대학별로 등급을 매겨 워크스테이션·테스트장비·각종 소프트웨어 및 툴에이르기까지 토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이 프로젝트에 힘입어 상당수 유럽의 반도체연구소들은 90년대 초부터 디지털 및 아날로그 CMOS 칩 제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기술수준도 회로선폭 0.65미크론 확보는 물론 화합물반도체 설계까지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제시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유럽 반도체산업 회생의 기반을 마련한 유럽 각국은 최근 차세대 반도체개발계획으로 또다시 MEDEA(MicroElectronicsDevelopment for European Application)계획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이 계획의 초점은 제시에 의해 확보된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해 응용분야를 확대해 나가는데 있다. 주된 방향으로는 멀티미디어기술과 통신기술 그리고 설계 라이브러리 확보와 CMOS기술의 플랫폼 등으로 집약된다. MEDEA프로젝트는 제시계획으로 어느 정도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 유럽이 더 나아가

MEDEA에는 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간 약 60억5천만 달러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과 주요국 정부가 총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참가기업이 분담해 진행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독일·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와 영국 등이 참여해 유럽반도체 산업 중흥을 꾀하고 이를 통해 결국 통신분야의 절대 우위를 고수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