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규 통신사업자 신청은 끝났지만...

개인휴대통신(PCS)·국제전화·주파수공용통신(TRS) 등 7개 분야의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접수가 17일 마감됐다. 3일간 접수된 사업자별 신청현황을 보면 당초 예상대로 3장의 티켓이 걸린 PCS분야에서는 6개 컨소시엄이, TRS 전국사업의 경우 4개 컨소시엄이 각각 사업권을 신청했다. 국제전화사업은 그동안 이 분야의 사업 참여를 희망한 8개 기업들을 주축으로 한 대규모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신청서를 제출, 적격여부 심사만을 거쳐 사업권을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무선호출·발신전용휴대전화(CT-2)·TRS 등 지역사업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신청업체가 없는 미달사태가 발생했지만 지역에 연고를 둔 정보통신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이번 신규 통신사업권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저마다 정보통신이 오는 21세기를 주도할 성장산업이라고 여기고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무려 3만여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이번 통신사업권 경쟁은 1~2개월의 심사기간을 거쳐 오는 6월말께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번 신규 통신사업권은 선정 시기가 연기된데다 사업자 허가신청 요령이수정되는 등 몇차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제까지 별 무리없이 진행돼 왔었다.

지난 92년 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財界는 물론 정치권의 엄청난 기류에 휘말렸던 상황과 비교하면 이번 사업자 선정작업은 순탄하게 추진되고있는 셈이다.

이른바 재벌그룹간에 기업 사활을 건 한판 승부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PCS사업의 경우 장비제조업군과 非장비제조업군으로 분리함으로써 財界의 마찰을 최소화했다. 국제전화사업 역시 이 분야의 참여를 추진한 기업을 대상으로 8者 대연합체로 단일 컨소시엄 구성을 유도한 것도 사업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앞으로 참여 기업간 치열한 홍보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가운데 오는 6월말께 최종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정부의 이번 사업자 선정방안이 최상책이라고 보기는어려우나 재계의 숨가쁜 긴장 국면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나름대로 적격의 통신사업자를 선정하는 대안으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통신사업자 선정에 정부는 나름대로 적절한 정책대안을 강구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이로 인한 문제점도 적지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위적인 참여 기업간 단일 컨소시엄 구성이 한층 격화되고 있는 시장 개방에 얼마만큼 대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무선통신분야에선 선진국보다 한수 아래인 국내기업간 이같은 연합세력 구축이 얼마만큼 효과적일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최근들어 디지털 이동전화 시스템 및 단말기분야에서 국내 통신업체들의 제품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기에는 아직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통신시장 개방이 급진전되는 상황에서 이를 계기로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시장이 외국 선진업체들에 의해주도되는 상황을 막는 것도 급선무이다.

정부가 이번 사업자 선정에 국내 기업들의 연합을 유도한 관계로 상당수기업이 정보통신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개방에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정보통신사업자로육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사업자 선정방식이 최상책이 아닌 차선의 대안이지만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 목적이 시장경쟁 체제를 갖추고 통신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이루어지는만큼 이에 따른 효과는 국민 모두가 값싸고 질 좋은 정보통신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통신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국내 통신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토양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