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萬基 통산부 산업기술기획과장
우리는 지난 60년대 이후 온 국민이 함께 땀흘려 노력한 결과 지난해 국민소득 1만달러, 수출 1천억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무역규모도 세계 제12위로커졌다.
그러나 이같은 고도성장은 외국기술의 도입과 선진국 경험의 모방, 대량생산 방식의 적용과 기업의 사업다각화, 저임노동력 의존 등 주로 노동과 자본의 양적 팽창에 의해 가능했다.
이는 82년부터 90년까지 경제성장의 자본기여도가 54%, 노동은 30%에 이르는 반면 기술혁신의 기여도는 16%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선진국들은 2차대전 후 대량생산 방식 도입과 각국의 적절한 시장개입 정책 등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달성했으나 70년대 이후에는 저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선진국들의 고속성장은 부분적으로 유럽과 일본 등이 사회간접자본재확충, 주택건설, 생산시설 마련 등 전후 복구를 위한 노동과 자본의 양적확대에 기인한다. 이같은 양적 성장으로 유럽과 일본이 미국과 같은 경제수준에 다다르는 「동일수준화(Convergence)」현상이 나타나는 한편 시설투자등이 마무리됨에 따라 성장률은 떨어졌다.
이는 성장의 원동력이 자본과 노동에서 기술혁신으로 변화했다는 얘기가된다. 선진국의 경우 기술혁신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50∼80%에 이르며 자본과 노동의 기여는 극히 미미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해 준다.
이같은 맥락에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경제성장의 원천으로 기술과 지식을 지목하고 연구개발투자 등 기술혁신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소비선호의 다양화와 대량생산체제의 한계, 국가간·기업간 경쟁의 격화등의 이유로 제조업의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다. 제조업의 투자패턴은 시설투자 위주에서 연구개발투자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은 더 이상 단순히 자본과 노동을 결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조직이 아니라 스스로 지식과 기술을생산해내는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제조업은 85년 연구개발투자액이 시설투자액을 상회한 이후 87년에는 1.47배로 확대되었다. 인구는 적지만 기술강국인 스웨덴은 91년에이미 제조업에서 기술혁신을 위한 투자가 시설투자에 비해 1.5배에 이르게되었다.
우리 경제는 시설투자가 대체로 마무리됨에 따라 95년을 정점으로 경기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경기하강은 우리 경제도 70년대 이후 선진국들처럼 시설투자 등 자본과 노동에 의한 양적 성장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은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시설투자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의 비중을 92년 21%에서 93년 26%로 높이는 등 최근들어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이 미국은 4.7%, 유럽은 4.0%, 일본은 3.5%임에 비하여 우리는 2.4%에불과하고 그나마 중소기업의 경우 0.4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87∼93년 기간중 외국기술 의존도(기술수입액 對 연구개발투자액)는 19%로 75년 당시 일본의 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국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가 이번에 겪는 경기하강 국면과경기의 양극화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를 지향하는 대기업과 이를 상호보완하는 기술혁신형 중소·중견기업이 기반이 되고 산업계와 학계가 함께 공동체가 돼 뛰는 새로운 국가 기술혁신 시스템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만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의원동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