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품 구매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목련꽃과 진달래가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4월은 1년중 결혼식이 유난이많다.

특히 노란 유채꽃이 활짝 핀 제주도는 4월이면 신혼여행을 온 젊은 부부들로 만원이다. 요즘 서울의 주요 예식장은 장미빛 미래를 설계하며 행복한 표정의 신혼부부들과 이를 축하하는 가족과 친지·친구들로 붐빈다.

결혼식을 앞둔 신랑과 신부집안은 준비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예식장 예약에서 청첩장 준비 등 어느것 하나 소흘히 할 수 없는데다 예단과혼수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식을하기 전까지는 신랑과 신부집안이 갈등을 겪기도 했고 일시적으로 냉기류가형성되는 일도 잦다.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숱한 시간이 필요하고 예단으로 보낼 패물과 혼수품을 준비하는 일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결혼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혼수품을 장만할때제품을 파는 매장에 가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양가의 관계자들이하루종일 혼수품을 사기 위해 돌아다녀야 했으나 이제는 PC통신을 통해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PC통신을 이용해 필요한 제품목록을 사전에 파악해 결혼준비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단축할 수 있고 그 시간을 다른 준비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고영숙(30)씨는 PC통신으로 혼수준비를 끝낸 사람이다. 예식장이나 혼수품에 대한 정보를 모두 PC통신에서 얻어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였다. 천리안이나 하이텔 등 PC통신에서 제공하고 있는 결혼정보에서부터 예식장 위치와 비용· 좌석수 등을 미리 알아봤기 때문에 여러곳을이리저리 찾아디닐 필요가 없었다.

혼수품에 대한 구매 정보도 PC통신이나 인터네트에서 먼저 자료를 수집한후 전문점을 통해 구입했다. 또 간단한 제품들은 홈쇼핑 코너를 활용했다.

홈쇼핑 코너를 이용하면 예물에서 간단한 소품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앉아서구입할 수 있었다.

청첩장 준비도 PC통신을 이용해 해결했다. 통신을 통해 원하는 디자인과인쇄해야 할 매수를 결정하고 초대 문구도 통신으로 전송했다. 통신으로 직접 써 넣었기 때문에 오자가 날 염려도 없었다. 그는 남는 시간을 시집식구들과 사귀고 새로운 가정설계를 하는데 투자했다.

신혼부부들이 살림살이를 고르는 구매패턴도 예전과는 크게 바뀌고 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김명관(32)씨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불필요한 예뮬이나 예단은 모두 생략했다. 대신 맞벌이를 해야 하는 처지를 감안해 생활에 필요한것은 전부 구입키로 했다.

냉장고· 세탁기 등은 주말에 한꺼번에 몰아서 일을 하도록 대형을 구입할계획이다. 영화감상이 취미인 김씨는 TV도 33인치의 대형을 선택했다. 부모세대에는 사치품으로만 여겼던 식기세척기나 캠코더 등도 구입목록에서 빠트리지 않았다. 오디오는 되도록 작은 것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이제 오디오는더이상 장식품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가전제품의 색상을 꼭 검은색이나 흰색을 고집하지 않는다. 김씨는 『가전제품도 가구와 색을 맞춰져야 한다』는 신부의 주장에 따라 모두 가전제품을모두 푸른색 계통으로 통일키로 했다.

컴퓨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혼수의 필수품목이다. 김씨는 컴퓨터그래픽을하는 예비신부를 위해 파워매킨토시를, 자신은 펜티엄PC를 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도 5백만원에 달하지만 김씨는 별로 아깝다고 생각하지않는다.

신세대 신혼부부들의 구매형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실용과 개성의 중시」다. 생활의 편리성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좋다는 것이다. 부모님 세대에게 중요한 혼수품목으로 꼽혔던 「원앙금침」은신세대에게 상징적인 의미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LG전자와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 혼수시장을 노리는 가전업체들도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각 가전업체들은 색상 디자인 기능을 통합한 다양한 신세대 취향의 패키지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오디오 VCR TV등은 서로 기능을 통합해 시스템화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자신에 맞는 생활패턴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취향을 감안, 예비부부들이 원하는 혼수패키지 구성해주는 「무료견적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결혼에 필요한 갖가지 정보를 모아 책자로만들어 전국 대리점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혼수품 패키지 코너를 마련했다.

특히 「혼수시장조사팀」을 구성, 예비신혼부부의 제품 구매성향을 분석이를 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객생활연구실내에 별도의 「여성기획팀」을 가동, 결혼 적령기 여성을 대상으로 교양강좌를 실시하고 신혼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주부 및 대학생 「모니터팀」을 구성, 대상층별로 수요조사와그에따른 제품개발 및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연2회의 교양강좌 개설등을 통해 자사 제품 홍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대리점별로 예비주부를 대상으로 제품시연회를 개최하고 혼수용품 구입시 비디오아트를 무료로 제작해 주는등 보다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심하게 내부까지 확인하고 나서 구입하는 예전의 예비신혼과는 달리 신세대 부부들은 통신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같은 구매풍속도는 앞으로 더욱 편리함을 아 갈갈 것으로 보인다.

<양봉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