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11월 보안기 제조업 진출. 95년 매출 22억원. 올해 매출목표 70억원이상.
컴퓨터용 보안기 시장에 혜성과 같이 등장해 불과 2년여 만에 업계 정상에올라 선 그린피아(대표 최종국)는 무한 경쟁시대에 중소 전문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있다.
이 회사 돌풍의 주역은 멀티보안기. 불과 2-3년전까지만해도 국내 컴퓨터보안기의 주류를 형성했던 편광제품등 일반형을 순식간에 밀어내고 있는 멀티 보안기는 그간 국내에서는 핵심인 멀티코팅 기술이 확보되지 않아 대부분수입에 의존해 왔던 제품이다.
그린피아는 후발주자로서 특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멀티보안기에 주력키로하고 미국 바이라텍사의 제휴, 멀티코팅유리 직수입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신제품을 출시했다. 대부분 외산이 장악하고 있던 고기능 컴퓨터 보안기시장에 「도전장」을 던지자마자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관공서 대기업 등 대량 수요처로부터 주문이 잇따랐다.
이에따라 그린피아의 매출액은 해마다 3백% 이상씩 성장하고 업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외형 팽창에 발맞춰 종업원수도 초창기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고 그린피아의 일거수 일투족은 관련업계의 주목거리로 등장했다.
이 회사의 성공은 10여년에 걸친 「우여곡절」을 이겨낸 결과라고 할 수있다.
그린피아가 컴퓨터 업계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84년. 당시 대성마켓팅이라는 이름으로 최종국사장이 창업, 탠덤등 중형컴퓨터와 개인용 PC를 취급하는 한국컴퓨터의 대리점으로 출발했다. 85년에는 챔프그룹의 동대문 대리점으로 변신했고 이 때부터 보안기 산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94년에는 제조부문에 참여, 자체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해보겠다는 최사장과 직원들의 열의로 경기도 용인에 공장을 확보했다.
여기서 오늘날 그린피아 성공의 밑거름이되는 「도전의식」이 생겨났다.
이 회사가 공장부지로 확보한 것은 소와 돼지를 기르던 용인의 축사였다.보유 자본이 거의 없는 중소기업이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하는 공장 신축을 떠맡기에는 힘에 부쳤다. 그래서 당시 10명 미만의 직원들이 주말이면 모두 용인으로 출근, 공장을 직접 지었다고 한다.
공장 외벽은 직원들이 고물상을 뒤져 수집한 폐철판으로 충당했고 단열재로 쓰이는 스티로폼은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수거, 공사비를 절약했다.
최 사장은 이런 어려움을 이기고 직원들이 기꺼이 회사를 위해 나선 것은 「돼지우리라도 좋으니 우리 공장을 갖고 싶다」는 열망과 성공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이 금융실명제라고 한다. 정부가전격적인 실명제 실시를 보완하기 위해 중소기업에게 긴급 경영 안정자금을지원, 이것을 종자돈으로해 오늘의 그린피아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5백만원짜리 사무실을 빌리기도 어려웠던 당시에 담보도 전혀 없이 은행으로부터 5천만원을 선뜻 지원 받아 공장을 짓고 사업을 시작할수 있었다고 한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1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도산한 것은 금융실명제의 여파라고 주장하지만 금융실명제 때문에 맨주먹에서 초고속 성장을 이룬 그린피아 같은 기업이 탄생한 것은 주목해볼 만 하다. 이와관련 최사장은 『실명제가 그린피아를 살렸다. 중소기업의 도산은 정부 정책 부재도 원인이 되겠지만 경영자와 종업원들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도전의식과 성공할수 있다는 자기 확신, 「24시간 일에 미쳐보겠다」는 정열이중소기업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린피아는 가장 짧은 기간에 업계 정상을 정복한 요즈음에도 직원들의 퇴근시간이 일정치 않다. 오후 6시30분이 사규상 퇴근시간이지만 직원들은 보통 9시 이후까지 일에 몰두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이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라는 것이다. 공장 신축에 참여했던 여직원들이 더욱 적극적이라고 한다. 사장이 오히려 최근을 독려할 정도이다.
이 때문에 최사장은 그린피아의 앞날을 낙관한다. 이제부터는 종업원의 복리 후생에 모든 경영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힌다.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큰 애로사항은 구인난이 아니라 이직률이기 때문에 「가족」으로서 현재와같은 정열을 지속하는 방법은 복리 후생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하다는 생각이다.
컴퓨터업계에는 「신화」가 많다. 삼보컴퓨터 옥소리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그린피아가 보안기 하나로 이 반열에 올라설 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