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기계가 5년여동안 벌여왔던 자동판매기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에따라 음료회사를 둘러싸고 나눠먹기식 경쟁을 해왔던 자동판매기 업계에 일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두산기계가 향후 자판기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현재로선 이분야에서 발을 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자판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있다. 특히 두산기계는 계열 음료회사 등에 캔자판기를 집중 공급해왔던 터라 이 시장을 놓고 남은 업체들간의 선점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회사가 자판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 초. 해태전자·대우전자가 자판기 사업을 91년부터 시작하고 롯데기공·두산기계가 92년도에, 그리고 만도기계가 93년부터 본격화함으로써 당시 자판기 산업에서 아성을 쌓고있던 LG산전(舊 금성산전)과 삼성전자에는 커다란 도전세력으로 부상했다.
두산기계는 당시 일본의 후지電機冷機社와 캔자판기 및 병자판기 제조기술도입계약을 체결, 향후 10년간 20개 모델에 대해 기술을 지원받기로 하고 이사업을 시작했던 것.
이에따라 두산기계를 비롯한 대우전자·롯데기공·만도기계·해태전자 등으로 형성된 후발업체와 LG산전·삼성전자 등 선발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이 과정에서 대우전자와 만도기계가 치명타를 입었다.
롯데기공은 계열사인 롯데칠성에, 해태전자는 해태음료에, 또 두산기계는두산음료 등에 캔자판기를 공급함으로써 꾸준한 물량확보가 가능했지만 대우와 만도 2개사는 음료회사를 갖고 있지 않아 시장진입이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두산기계는 자사의 계열사인 두산음료·범양식품·우성식품·호남식품 등에서 연간 3천여대의 캔자판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 캔자판기를 위주로 사업을 시작해 94년에는 매출액이 70여억원에 달했다.
두산은 그러나 이들 계열사의 수요를 1백% 확보하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자판기 대기업인 LG산전과 삼성전자의 아성이 워낙 강해 계열사의 많은 물량을 이들 업체에게 빼앗겼고 다른 음료회사에 납품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던 것.
게다가 두산은 전제품을 일본 기술에 의존함으로써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제품도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다양하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한편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만도기계는 복합자판기 등으로 응수, 일단 시장진입에 성공했으나 대우전자는 지난해 자판기 사업을 아예 포기했다.
두산기계가 생산·공급하던 캔자판기 물량은 연간 1천∼1천5백대 수준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캔자판기 및 커피자판기, 그리고캔·커피 겸용자판기가 포화상태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기존업체들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