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현대사에서 스페인 내란(1936∼1937)을 읽으면 1930년대 유럽이 직면했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파시즘과 코뮤니즘·스탈린주의와 무정부주의가실타래처럼 뒤엉키고, 영국·프랑스·독일·소련 등의 국가 이익이 이베리아반도의 뒤늦은 농업국 스페인에서 엉크러져 폭발한 내전이다.
영국의 캔 로치 감독이 만든 「랜드 앤 프리덤」은 스페인 내란이라는 배반당한 혁명에 관한 르포이고, 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양심과 정의를 쫓아 죽어간 다국적 지원병들의 희생에 대한 진혼곡이다.
프랑코 파시스트 정권에 맞서 시민의 민주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일어선스페인 공화연립정부를 돕기 위해 유럽 각 나라와 미국의 지식인과 열혈 청년들이 나선다.(헤밍웨이·앙드레 지드·조지 오웰도 이때 참전했던 다국적지원병 부대의 일원들이었다.)
영국 리버풀의 청년 노동자 데이비드(이안 하트 분)은 스페인 공화파를 돕기 위해 약혼녀의 만류를 뿌리치고 마드리드로 떠난다. 그는 긴 기차여행에서 프랑스인 지원병 베르나르를 사귀며, 그와 함께 스페인 시민군에 배속된다. 그 부대에서 파시즘과의 투쟁대열에 나선 미국인 짐 로렌스, 불같은 여전사 메이트, IRA 출신 쿠간과 그의 연인 블랑카(로사나 파스토르 분)와 깊은 동지적 우정을 나눈다. 형편없는 구식 장총으로 무장했지만, 혁명의 신념에 불타는 그들은 어느날 파시스트들이 점령하고 있던 마을을 격력한 전투끝에 탈환한다. 이
불행히도 공화파 정부 내에서는 이념투쟁이 벌어진다. 소련으로부터 무기지원을 받던 스탈린주의자들이 공화파의 주도권을 노려 혁명 연합세력인 아나키스트·시민군을 자기들의 지휘 아래 있는 인민군으로 재편하려 한다. 이를 거부한 데이비드의 부대는 곤경에 빠지며 「적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무장해제당한다. 강제 해산되는 과정에서 데이비드의 여인이된 블랑카가사살당한다. 프랑코의 파시스트에 함께 맞서던 공화파의 여러세력간에 참혹한학살이 벌어진다. 혁명의 꿈과 열정이 배신과 보복으로 추락하고 만다.
공산주의에 이용당하다가 파시즘에 패배하고만 혁명이었지만,그 혁명에 피와 땀을 바친 유럽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정은 사라진 게 아니다.혁명의 진상은 1994년 리버풀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한 노인의 낡은 가방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유물을 정리하던 손녀를 감동케 한다. 노인 데이빗은 블랑카의붉은 리본,그녀의 무덤가에서 가져왔던 한줌의 흙과 함께묻힌다.비록 혁명은실패했지만 정의에 몸을 던진 인간의 양심에는 실패가 없음을 느끼게 한다.
<박상기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