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반도체 인프라구축 서두르자(10)-에필로그

『불과 1∼3년 정도의 기간에 그것도 제품개발에만 치우친 현재와 같은 연구개발과제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지원정책으로는 더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비메모리사업 강화를 외치는 업체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구두에 그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연구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반도체산업협회 황인록 부장)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일본·유럽은 물론 대만 등 후발국가들까지장기적인 로드맵을 작성해 반도체기술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현실은 분명 뒤떨어져 있다.

미국은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반도체연구센터(SRC)를 통해 대학·기업·연구소간의 기술인력 인프라를 구축을 마쳤고 일본도 업계가 주축이 돼지난해 말 美SRC와 유사한 반도체기술학회연구센터(STARC)를 만들어기술인프라를 구축중이다. 유럽 역시 제시 계획에 이어 메디아 프로젝트를수립, 반도체경쟁력 회생에 나서고 있으며 후발국가인 대만까지도 민간업체를 주축으로 5년 이상의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해 「한국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국내 반도체 육성책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특히 반도체 기초기반기술 확보를 위한 전문인력 육성책은 그간 전무한 실정이었다. 정부 차원에서 이렇다할 육성책도 없었고 업계에서도 당장 필요한 생산기술 개발에만급급했다.

이는 수율로 승부하는 D램 일변도의 산업환경이 빚어낸 결과라고 말할 수있다. 하지만 오늘날 국내 반도체산업의 취약성이 바로 기초기반기술의 저변약화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개선해야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최근 세계반도체시장 상황은 더이상 메모리중심의 생산기술하나로 경쟁 우위를 지켜나가기 어려게 만들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반도체 기술인프라 구축을 위한노력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비메모리부문 기술개발을 통한 균형적인 반도체산업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 설계인력양성사업」의 하나로 건립된 IDEC(IC Design EducationCenter)과 G7과제의 하나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주문형반도체 개발사업」은 그간 최대 취약부문으로 지적돼온 반도체 설계분야의 경쟁력 제고에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핵심장비에 이어 재료로 그 적용분야를 확대해가고 있는 중기거점사업도 반도체 기술 인프라구축의 든든한기둥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올 초 업계와 반도체산업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반도체 기술인프라구축사업 방안」은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이 방안은 지금까지의 육성방안과는 달리 국내 반도체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직시한 가운데 장기적인 로드랩에 의해 작성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방안은 시장구조가 불안한 메모리 편중세에서 탈피해 국내반도체산업을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생산기술위주의 연구기능에서 벗어나반도체설계인력을 비롯한 기초·기반기술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을 위한 기술인프라구축이 시급하다고 보고 각 연구소의 실질적인 연구능력 향상도모 그리고 연구주체별 연계체제를 확립하는 것을 주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일본·유럽·대만 등 세계각국이 산·학·연 협동체제 구축을 통해 반도체기술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술우위를 통한 절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도 더 늦기전에 전문인력육성이 가능한 장기과제를 크게 늘려나가고 국가·기업·대학연구소간 전문화를 위한 역할분담 노력이 시급하다』(통산부 전경석 서기관)

이제 업계는 물론 통산부를 포함한 정부당국 관계자들도 우리 실정에 맞는반도체기술로드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늦게나마 기술인프라에 관한한 그 필요성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마인드가 확산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확산·발전돼야 한다. 세계 각국이 이미 첨단기술 선도산업으로서의 반도체의 중요성를 직시하고 반도체산업을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