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중되는 인건비와 3D 기피현상 등으로 갈수록 사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기존 악기를 대체할 첨단 전자악기 개발이 정체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첨단 전자악기란 각종 음원을 내장한 음원칩(반도체)과 이를 둘러싼 주변기기 등을 이용해 디지털 방식으로 작·편곡 및 출력할 수 있는 악기산업의차세대 유망주.
현재 세계 악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야마하·로란드·코르그社 등은 10여년 전부터 전자악기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해마다최신 음원칩과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자악기 시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일본 악기업체들이 특히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음원칩은 전자악기에서가장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대다수 국내 업체들은 현재 미국·일본·프랑스 등지에서 수입된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산전자악기가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하루빨리 국산화해야 할 기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음원칩은 또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멀티미디어 분야에서도 절반을 차지하고있는 핵심기술이다. 현재 대다수 국내업체들은 멀티미디어 기술중 영상관련분야에만 기술개발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음성관련 기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악기산업만 놓고 봐도 현재 국내 전자악기 업체들은 세계시장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면 반도체 분야에서처럼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시장 1위를차지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전자악기 산업이 정부의 근시안적 판단과 업체들의 사업이 수익성 위주로 이루어져 정체상태를 맞고 있다.
음원칩 국산화가 당장 가시화되는 기술이 아닌데다 전자악기 시장이 전체산업이나 악기분야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미미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음원칩과 칩 설계기술, 전자악기관련 전문인력 양성 등을 위해 지난 94년「2000년대 첨단 전자악기 발전방안 운영위원회」를 결성해 한때 열의를 보였던 정부는 그동안 실무 담당자들을 빈번히 인사이동시켜 개발추진의 맥을끊어왔다.
전자악기업체들 역시 기술개발보다는 돈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외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삼익악기·대우전자 등은 자사 제품에 걸브란슨·드림社등의 음원칩을 채용해 판매하고 있다.
전자악기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쿼즈와일社를 인수, 첨단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영창악기 역시 외국 인력에 기술을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인 LG전자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전자악기사업자체를 포기한 상태다.
정부와 악기업계의 이같은 첨단악기 개발기피 현상에 대해 서울대 성굉모교수는 『당장의 이해득실만을 추구하는 한탕주의의 발로』라고 지적한다.
성교수는 『현재 국내 악기업체들이 수입하고 있는 음원칩은 외국 업체들이밀어내기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저급제품』이라면서 『이런 음원칩으로 악기를 만들면 언제나 2류 제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교수는 이의 대안으로 전문인력 양성 및 産學협동을 통한 기술 국산화추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첨단 전자악기 및 이의 핵심부품인 음원칩 개발은 국내 전자악기산업의 대외경쟁력을 높여주고 멀티미디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개발계획으로 국산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