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액정(LC) 공급업체인 독일 머크社가 최근 스위스 로슈社의액정사업을 인수, 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머크의 한국지사인 한국머크는 머크 본사가 각종 기술특허 등을 포함한 로슈社의 액정사업부문 일체를 4월17일자로 인수했다고 23일 밝혔다. 로슈는2년 전부터 제약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액정사업부문의 매각의사를 보여왔으며 일본업체는 물론 국내 S社에도 인수의사를 타진해왔으나 인수자금 등 견해차로 성사되지 않았었다.
TN·STN·TFT 등 각종 LCD용 액정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있는 머크는 이번 로슈의 액정사업부문 인수로 이 시장에서 더욱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머크·로슈·치소·로딕 등 4개사가 각축을 벌여온 시장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TN·TFT용 액정에 비해 STN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머크는 그동안노트북용 등 특정용도의 STN급 액정에 강세를 보여온 로슈의 액정사업 인수로 액정분야에 3박자를 모두 갖출 수 있게 됐으며 특히 로슈와 특허기술분야에 크로스라이선스 관계에 있는 일본의 로딕社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내업계는 머크의 이번 로슈 액정사업인수에 대해 대체로 『국내시장의 80%를 머크가 점유하고 있고 로슈가 그동안 액정사업 매각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혀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액정 구입루트를 타회사로 전환,국내 액정수급에는 지장이 없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동안 머크·로슈·치소 등 3사간 경쟁구도가 이번머크의 로슈 액정사업 인수로 상당부분 와해돼 장기적으로는 가격하락 추세에 있던 액정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