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이 세계 인쇄회로기판(PCB)산업의 중심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답보상태에 빠진 다른 지역과 달리 아시아만은 세계 전자업계의 발길을적극 유도하며 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 세계 최대 PCB생산국인 일본을 비롯, 최근 고성장의 대열에 올라선 대만·홍콩(중국)·싱가포르·한국 등 이른바 「네마리 용(龍)」을 중심으로 아시아 PCB산업 현주소를6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편집자 주>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노동력과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현지투자에힘입어 아시아 신흥 공업국가들의 전자산업은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따라 자연스레 전자산업의 기초부품인 PCB시장도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물론 오래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PCB생산국으로 부상한 일본은엔고의 영향으로 최근들어 성장률이 급격히 정체되고 있으나 저임금국인 동남아 진출을 가속화하고 연성회로기판(FPC)·고다층 및 초박판PCB 등고부가 품목으로의 빠른 전환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이 때문에 엔고가 절정에 달했던 94~95년 사이에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일본의 PCB산업은 올해부터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해 오는99년까지 연평균 5~6%가량 꾸준히 성장, 미국이나 유럽의 성장률을 오히려앞지르며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ROA)의 성장률도 2000년까지는 최근의 고성장세를 그대로 이어가며 타지역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유력 PCB시장조사기관인 BPA는 ROA지역 PCB시장이 지난해 10.1% 성장한데 이어 올해7.2%, 내년엔 8.7%로 계속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6% 대로 예상되는 세계시장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특히 오는 98.99년에는 성장률이 9.0% 대까지 높아져 다른 지역을 훨씬초과하는 성장세가 적어도 2000년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BPA측은 내다봤다.
이에따라 전체 아시아지역이 세계 PCB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높아져 올해엔 세계시장의 28%를 점유할 것으로 보이는 일본을 포함, 총 40%를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비중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져 오는 2000년에는 아시아의 시장점유율이 거의 50%선에 육박할 것이라는게 IPC·JPCA·NTI 등 세계 주요 PCB관련 협회 및 시장조사기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아시아국가들의 선전은 세계 PCB 생산국 톱10 현황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유력 PCB시장조사업체인 NTI社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세계 10대 PCB생산국 리스트에 1위국인 일본을 비롯, 대만(3위), 중국을 포함한 홍콩(5위), 한국(6위), 싱가포르(8위) 등 4개국이 랭크된 것으로나타났다.
아시아지역 PCB산업의 고성장세가 이처럼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선진국 전자업체들의 진출과 이에따른 PCB 현지구매가 대폭 가속화될 것이란 점 때문이다. 삼성말레이시아 세렘방복합단지 현지법인장인 김진기 전무는 『동남아에 진출한 외국업체들의 구매전략은 기본적으로 경쟁력있는 것을 채용하는 것이며 특히 부품은 가까운 곳에서 구매하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고 설명하고 『삼성도 현재 75%선인현지부품구매율을 계속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힌다.
여기에 또 선진국들의 제조업은 크게 위축되고 있는 반면 아시아의 많은후발국들은 여전히 PCB 전후방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처진 PCB제조기술력이 최근들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궁극적으로 아시아PCB시장 전망을 밝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