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게임기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삼성전자와 일본 세가엔터프라이지스 두 회사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들어 삼성과 세가 두 회사간의 협력관계에 의문을 갖게 만드는 일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 물론 지난해말부터 관련업계에선 『삼성과세가의 협력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가 일본에서 세가의 최대 경쟁업체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사의 32비트 첨단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들여오기 위해 소니측과 접촉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삼성전자와 세가의 협력관계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두 회사간에 이상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연말. 세가엔터프라이지스의 나카야마 사장이 비밀리에 내한,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전자의 정몽헌 회장을 만나 협력관계를 타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세가는 자사의 32비트 첨단게임기 「세가 새턴」의 OEM생산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타진했으나 삼성전자는 이를 거부하고 현대전자가 받아들인데다 현대전자가 테마파크 사업을 검토하면서 세가측에 적극적으로 접촉해세가와 협력관계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삼성과 세가 두 회사간의 협력관계에 틈이 생겼다는 소문이 번졌으나 삼성측의 관계자들은 당시 이에 대해 한결같이 부인했다. 그러나 삼성과 세가의 관계에 이상징후는 계속 이어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최근에 있었던 세가의 「세가 새턴」 가격인하건. 세가가 지난 3월경에 전격적으로 「세가 새턴」의 가격인하를 단행하면서 삼성전자측에는 이를 미리 통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세가는삼성이 올초 제품가를 인하한 지 약 1개월만에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삼성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만약 세가의 가격인하를 미리 통보받았으면 삼성전자는 「세가 새턴」의가격조정에 이를 반영, 효율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세가측이 가격인하 통보를 전혀 해주지 않음에 따라 삼성측은 제품가 인하 이후 되살아나기 시작한 판매가 격감하면서 지난해 도입한 1만여대의 「세가 새턴」을 고스란히 재고로 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은 가격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게 되면서 이미지만 구기게 됐다. 따라서 삼성전자측은 세가에 상당한 배신감을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가측에 배신감은 갖고 있던 삼성전자는 또다른 루트를 통해 소니사와 접촉, 「플레이스테이션」의 도입을 추진하게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소니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의 도입을 검토했던 적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무진이검토했던 이같은 작업은 오히려 고위층의 지적을 받고 없었던 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 세가와의 협력관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삼성측의 말이다. 이와 관련 삼성의 한 관계자는 『세가의 PC게임을 도입하기 위해 적극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세가의 협력관계에서 발생한 이상징후는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철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