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칸마다 샤워기를 달았다」
LG전자가 올해 야심작으로 내놓은 「싱싱나라」냉장고는 한마디로 이렇게요약된다. 5백20급을 주력을 삼아 냉장고시장을 다시 석권하겠다는 의지까지이 신제품에 담고 있다.
또 뒷면에서만 나오던 냉장실 냉기를 이렇게 개선한 것은 획기적인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서 기술개발의 개가라 할 만하다. 그러나 냉장실 칸칸마다 달아놓은 샤워기에서 냉기가 골고루 나오느냐 하는 의문을 이 냉장고는 안고있다.
이 「싱싱나라」냉장고는 기존 제품과 비교할 때 두가지 점에서 큰 차이를보이고 있다.
우선 냉장실 선반 가장자리에 수십개의 타원형 냉기구멍을 설치, 이 구멍들을 통해 냉기가 회전하면서 분사하는 구조로 냉각방식을 바꿨다. 또 외부센서 및 냉동실 센서외에 냉장실만을 별도로 감지하는 3개의 센서를 새로 채용했다. 이로써 음식물이 유입되면 이 음식물의 위치를 파악해 냉기를 집중분사하는 추적 냉각시스템이 가능해졌다.
즉 「싱싱샤워 냉각방식」과 「추적 냉각시스템」이 「싱싱나라」냉장고의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냉장실 냉장속도는 34%, 냉동실 냉동속도는 31%씩 각각 기존 제품보다 향상됐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냉장실 선반밑 가장자리를 따라 별도로 설치된 냉기통로를 유의깊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선반에는 냉기통로를 따라 적게는 30개에서많게는 48개의 냉기구멍이 뚫려 있다. 냉장고 용량이 큰 제품일수록 냉기구멍이 많다. TV광고를 보면 선반 가장자리에서 하얀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냉기구멍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냉장실 문쪽 냉기구멍에서 나오는 냉기와 안쪽 구멍에서 나오는 냉기량이 적지않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냉동실에 설치된 냉각기에서 팬으로 불어서 나온 냉기가 냉기통로에 들어와서 문앞쪽 냉기구멍에 도달하려면 90도각도로 꺽인 모서리를 2번 지나야 하고, 또 중간중간에 뚫린 냉기구멍에 냉기를 빼앗겨야 하는 수난을 겪어야 한다. 즉 냉기입구와 가까운 안쪽 냉기구멍에선 냉기가 정상적으로 나오지만 문앞쪽 구멍에 도달하면 냉기가 거의 소멸되고 만다.
냉장실 문쪽 냉기구멍에 라이터 불을 켜보면 불꽃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도 이같은 현상을 알 수 있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칸칸냉각 방식이 기존 냉장고를 개선시키는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완전작품」으로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적 냉각시스템도 아직은 냉장실 맨 윗칸에만 채용해 냉장실 전체에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싱싱나라」냉장고 개발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냉기유동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동경대 고바야시 교수와 2년여 동안 연구를 통해 냉기속도와 효율측면에서 최적점을 찾아낸 결과임을 강조했다. 냉기구를 선반 가장자리에 설치하지 않고 밑면 전체에 설치할 경우에는 이같은 문제를 상당부분해결할 수 있으나 원가가 크게 높아질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상품성이떨어질 정도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하나의 압축기와 하나의 냉각기를 전제로 해서 모든 냉기구멍에서 냉기가 골고루 뿜어져 나올 수 있도록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따라 향후 「싱싱나라」 냉장고의 라이프 사이클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