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심층진단 학교 정보화교육 이것이 문제다 (4)

『집에서 쓰는 컴퓨터는 재미도 있고 신기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 학교컴퓨터실에서 배우는 것은 답답하고 싫어요.』

서울 강남 B초등학교 다니는 학생의 푸념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사회·산업의 정보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정보화를 위한 컴퓨터교육은 사실상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고할 수 있다. 지난해 이전까지만 해도 학교교과목에 별도의 컴퓨터 과정은 없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기술이나 실업과목에 연간 3~4시간만이 배정될 정도로 극히 초보적인 수준에서 머물러 있었으며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실과과목에 잠깐 언급되는 정도였다.

그러다 정보화교육이 점차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인식되면서 정부가 지난해부터 「컴퓨터」를 중학교의 공식 교과목으로 채택했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6차 교육과정부터 중학교 교육과정중 각 학교가 정규과목 외에 한문·컴퓨터·환경 중 하나를 선택과목으로 지정, 교육할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올해부터는 초등학교에서도 「컴퓨터」가 단일과목으로 채택됐다. 초등학교 사정에 따라 1~4학년 학생에게 컴퓨터를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정보화사회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이제서야 컴퓨터가 제도교육 안에서 「내 집 마련」의 큰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의 꿈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각급 학교의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시간과 자금도 있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3백52개 중학교 가운데 컴퓨터를 선택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학교는 전체 14%에 해당하는 50여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80%가 넘는 학교는 컴퓨터를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이다.

중학교가 이럴진데 초등학교의 사정은 어떠하겠는가. 통계가 없어 정확히알 수는 없지만 컴퓨터를 선택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초등학교는 중학교보다 더 적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각급 학교가 이처럼 컴퓨터를 기본과목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제반교육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정영권 장학관은 『학생들은 선택과목으로 컴퓨터가 지정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각급 학교의 컴퓨터실이 하나뿐이어서 교육여건상 컴퓨터를 선택하지 못한 학교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학교컴퓨터 교육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각종 소모품의 지속적인 보급과 컴퓨터의 AS가 무리없이진행돼야 하나 학교예산이 이를 감당할 수 없어 학교측이 컴퓨터를 정규과목으로 선택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욕」을 갖고 과감하게 컴퓨터를 정규과목으로 선택한 학교라고해서 고민이 없는게 아니다.

컴퓨터시간을 마치고 나온 중학생의 소감을 한번 들어보자.

그런대로 시설이 괜찮다고 소문이 나 있는 강남 K중학교에 다니는 김형식군(14)은 『학교에서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도 자유스럽지 못하고 오랫동안기다려야 하며 그나마 걸핏하면 고장이 나기 때문에 짜증스럽다』면서 『배우는 것도 이론 위주여서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유일하게 인정한 초등학교 교과서 「컴퓨터」(교학사발간)의 편찬작업에 참여한 초등학교컴퓨터교사연구회의 최 모(33)교사도 『사실 학교와 일반사회의 정보화 교육여건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교재내용을 확정하는데 상당히 논란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정규학교교육의 중요성을 고려, 사회전반적인 교육환경에 맞지 않는 교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그렇다고 교재내용이 학교의 컴퓨터환경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느냐 하면그렇지 않다.

교육부가 컴퓨터과목을 신설하면서 컴퓨터 문맹탈피 중심 교육 응용 소프트웨어 활용능력 강조 컴퓨터와 일의 관계에 대한 안목 육성 컴퓨터 활용 맥락에 대한 종합적 이해 강조 등을 컴퓨터 교육의 중점과제로 잡았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교재는 컴퓨터의 이해 간단한 조작법 워드프로세서 등문서 작성 위주의 이용법 등으로 국한돼 있다. 멀티미디어로 치닫고 있는 현실의 정보화 수준과는 동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초등 중학생 못지않게 깊이 있는 컴퓨터의 활용법을 배워야 할 고등학생들의 경우는 컴퓨터 교과목이 「대학입시」과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논의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우리 학교의 컴퓨터교육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1백50개교2백여명으로 구성된 초등학교컴퓨터교사연구회와 중고등학교컴퓨터교사연구회 등이 교과내용 개정을 포함한 컴퓨터교육 혁신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교사들은 『컴퓨터에 관한 한 교육과정은 제반 교육여건에 의해 종속당할 수밖에 없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이 느리지만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것이 우리 컴퓨터교육의 밝은 장래를 엿보게 하는 증거이다.

<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