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린터 분야에서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제품군이 바로 「레이저프린터(LBP)」다.
최근 50만원대 보급형 제품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2백만원대 이상의 고가제품에 속했던 레이저프린터가 조만간 대중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레이저프린터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됐던 수입선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됨에 따라 일본산 엔진이 무방비 상태로 수입될 것이 확실해 시장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산 레이저프린터 엔진은 전세계 95% 이상을 공급하는 등 이분야를 완전히 석권하고 있다. 이중 일본 캐논사는 세계 레이저프린터 시장의 60% 가량 장악하고 있는 휴렛팩커드(HP)의 엔진을 OEM형태로 전량 공급하는 등 전세계 레이저프린터 엔진의 75%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레이저프린터 엔진을생산중인 국가는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이미 대우통신과 큐닉스컴퓨터 등 일부 레이저프린터 생산업체들이 일본산 엔진을 탑재한 신제품을개발, 양산에 들어갔다. 제일정밀과 삼보컴퓨터 등도 올 하반기에는 일본산엔진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다.
이들업체는 값싼 일본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앞세워 최근 가파른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정용 시장과 개인용 프린터시장을 겨냥한 제품군을 보강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일본산 수입엔진은 분당 4장씩 출력해주는 저속 제품군으로 수입가격이 국산보다 30%나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국산엔진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산엔진 생산업체들은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일본산 레이저프린터 엔진이 직수입될 경우 경쟁이 안된다고 판단, 마키팅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실정이다.
이들업체는 일차적으로 가격경쟁쪽으로 몰아갈 경우 결국 일본제품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고 단정짓고 한단계 상위모델인 분당 8장씩 출력할 수 있는 6백dpi급 제품으로 맞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올해 레이저프린터 제품군의 눈에띄는 변화중 하나가 사양의 고급화 현상이다. 레이저프린터 생산업체들이 대부분 이달까지 기존 3백dpi급 저가제품생산을 마무리짓고 단종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큐닉스컴퓨터·LG전자·한국HP 등 주요 프린터 업체들은 이달부터 출시되는 신제품을 6백dpi급 제품으로 대체한 상태다.
프린터 업계가 8ppm급 6백dpi엔진을 기본 탑재하고 나선 것은 엔진가격이폭락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공급되는 8ppm급 엔진은 일본산 4ppm 제품보다 가격이 약간 비싼게 사실이지만 기존 제품인 5~6ppm급 3백dpi 엔진에비해 가격 격차가 10~20%정도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올해부터는 3백dpi급 저속모델을 생산하는 업체가 거의 없어 아예 구경조차 힘들게 됐다.
올해부터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해제됨에 따라 레이저프린터 대중화가 급진전할 것이 확실하다.
우선 생산업체들이 일본산 엔진을 도입, 그동안 취약했던 개인용 레이저프린터 제품군을 대폭 보완하고 나섰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휠씬넓어졌다.
또 국내 업체끼리 가격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제품가격도 크게 떨어질게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50만원 안팍에 형성된 보급형 프린터 판매가격이올 4.4분기에는 40만원초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제품 모델이 다양하지고 판매가격도 인하됨에 따라 시장규모도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레이저프린터 분야는 총 1백42만9천대의 제품을판매해 2천77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93년 5만대가 팔려 6백65억원의 시장규모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불과 3년만에 판매대수가 6배나 늘어났고 매출액도 3배나 급신장했다.
특히 레이저프린터 업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저가형 A4용지 제품군은 판매수량이 매년 30%가량 크게 늘어 비약적인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저가형 A4용지 시장은 3년전 4천대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무려 47배나 불어난 19만대가 팔려나갈 것이며 내년에는 23만대로 약진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규모는 31배로 판매수량이 늘어난 것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판매수량에 비해 시장규모가 못따라가는 것은 매년 기업체들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생산수량도 크게 늘어나 제품 출하가격이 꾸준히 인하되고있기 때문이다.
올해 레이저프린터 업계의 눈에띄는 변화중 하나로 컬러제품 판매가 크게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한국HP와 명시스템, 롯데캐논 등 전문업체들이 업무용 시장을 겨냥,그동안 수천만원 이상씩 판매돼 온 컬러레이저프린터를 1천만원 미만으로 낮춘 보급형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놔 폭발적인 시장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컬러레이저프린터는 개인사용자보다는 네트워크가 설치된 기업체에서 프린터서버에 연결시켜 공동으로 활용할 경우 효율적이다. 또 소모품 및 유지비도흑백레이저프린터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끌어내려 조만간 대중화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말부터 출시된 저가형 컬러레이저프린터는 6백dpi 이상의 고해상도출력이 가능하고 전용출력지를 사용할 경우 인쇄품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경인쇄시장까지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케이블없이 전파나 적외선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무선프린터와 네트워크 프린터 등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시장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