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프랭크 고비 박사님.』
아득히 멀리서 들리는 듯한 목소리가 그에게 말을 건다. 누군가가 가볍게어깨를 흔드는 것이 느껴진다.
『자, 이걸 얼굴에 대세요. 기분이 훨씬 좋아질 거예요.』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기 좋은 오시보리 타월을 누군가가 건네준다.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증기가 얼굴의 땀구멍 사이사이로 들어가는것 같다.
하아 거 기분좋다! 고비는 눈을 뜬다. 눈에 선 파란색 불빛에 눈을 조절한다. 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 파란색이다. 파란색 속에서 본다고나 할까. 눈을 깜박거려 본다.
갑자기 자신이 어디 있는지가 생각난다. 아니 원래 어디 있었는지 생각난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 이건 현실이다. 그는 실제로 일종의 적외선파란색 필터 사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는 눈으로 사물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은 난생 처음이다.
고비는 사물을 투시하고, 또 사물을 둘러본다. 그런데 사물에 모서리가 없다. 아니, 사물에 모서리가 없게 보이는 것뿐일까? 침대 옆의 테이블 위에놓여 있는 시계는 07:20:32를 나타내고 있다. 변환 이후 5분 32초가 흘렀다.
시간은 이쪽저쪽 없이 그저 흘러만 가는 것 같다.
압축된 시간의 공기방울이 흘러가는 것을 보며 그는 웃음을 터뜨린다. 영원의 텔레비전 광고를 보는 느낌이다.
어찌나 열심히 웃었는지 눈물이 고일 정도이다. 그는 눈물의 맛을 본다.
진짜 눈물이다. 뜨듯하고 짭조름한 진짜 눈물이다.
시간은 진짜가 아니지만 눈물은 진짜다. 고비는 그 모순성에 대고 터져라웃는다.
그는 다른 쪽으로 건너간 것이다. 다른 쪽으로 깨치고 건너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호텔방에 있다. 그의 옆에는 그말고도 다른 사람이 한사람 더 누워 있다. 그는 다시 한번 눈을 깜박거린다.
유키다.
『미안해요.』
유키가 말한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에요.』
유키는 유키인데, 또한 유키가 아니다.
그녀는 다르게 보인다. 고대 12세기 궁녀의 복장을 하고 있다. 빨간 실크하카마 아래로 몇 겹의 기모노가 땅에 끌린다. 그녀의 까만 머리도 옛날식으로 다듬어져 어깨까지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