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내수침체·엔低·가격인하 3중고 시달린다

가전업계가 올들어 내수침체·엔低·가격인하 압박 등으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9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가전3사를 비롯한 가전업체들은 지난 2년간 잇따른 가격인하 조치와 올들어 시장수요의 정체현상 지속 및 치열한 경쟁 등으로 내수시장에서 1% 이상의 판매 마진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엔低 및 추가적인 가격인하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가전업체들은 경영수지가 크게 나빠질 것을 우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성수기를 맞아 시장수요가 가장 활발해야 할 냉장고의 경우 판매량이전년 동기에 비해 역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고기능 채택으로 실판매액이원가 이하로 떨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컬러TV·VCR·오디오 등 AV기기와 세탁기·전자레인지 등 나머지 백색가전제품들도 올들어 수요가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데다 업체간 치열한 판촉경쟁으로 주요 가전업체들은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올들어 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가전제품 가격경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엔低 원高」의 여파도 가전업계의 채산성 악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엔貨에 대한 원貨 환율도 지난해 5월에 1백엔당 9백13원선에서 올들어 7백30원대로 평가절상됐다. 이에 비해 엔貨는 지난해 4월 달러당 79엔선까지 절상됐으나 계속 평가절하돼 올 들어서는 1백엔대를 돌파해 26일 현재 1백6.65엔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업계 간담회를 갖고 가전제품 가격인하 방안을 타진, 가전업체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가전업계는 이에 따라 인위적인 가격인하 조치는 비용전가로 이어져 가전업체에는 물론 중소 부품 하청업체들에게까지 경영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우려하고 특소세를 폐지하거나 또는 대폭적인 세율 인하, 폐기물 예치금 제도의 개선을 통해 물가안정을 이뤄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현재 10~20%인 가전제품 특별소비세를 폐지할 경우 21.4~28.6%의 물가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5%선으로 내려도 14.3~21.6%의 소비자물가가인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컬러TV·세탁기·에어컨 등에 대한 폐기물 예치금제도를 폐지한다면 소비자가격은 0.1~0.2%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