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192)

『이것 진짜요?』

고비가 묻는다.

『밤이면 왔다가 가는 아름다운 그림 같은 것이랍니다. 끝도 없고 시작도없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는 그런 것이죠.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이제는당신의 마음속에도 있는 것이죠.』

『내가 상상하고 있다는 뜻이군요.』

이해하려고 애쓰며 고비가 말한다.

『그렇다면 유키도 상상하고 있는 것이로군요.』

『그것이 당신을 상상하고 있는 거예요.』

고비는 더 많은 걸 물어보려고 했지만, 대신 옆 건물에서 일어나는 광경에온 신경이 집중된다.

가마에 탄 한 봉건제후가 양쪽에 횃불을 켜고 앞서가자, 그 뒤를 이어 사무라이들이 두 고층건물을 잇는 도개교 위로 말발굽 소리를 울리며 지나간다.

하타모토가 들고가는 기에는 빨간 원 안에 날개가 달린 고바야시 투구가그려져 있다.

『저들은 고바야시 제후의 사람들이랍니다.』

정문이 2백50층짜리 건물의 70층에 있는 성으로, 그 행렬이 들어가는 동안유키가 설명한다.

『고바야시 제후요?』

『쇼군이나 황제보다 더 큰 힘, 최고의 힘을 추구하는 제후랍니다. 생사를초월하는 그런 힘이죠. 그 사람한테 모자라는 것은 단 한 가지밖에 없어요.



『그게 뭐죠?』

『자신의 힘의 근원이요. 그리고 그 사실이 그를 아주 약한, 아주 위험한인물로 만든답니다.』

『그 근원이 뭐죠?』

고비가 묻는다.

『중간의 장소예요.』

『뭐 중간의 장소라는 것이오?』

『여러 왕국의 중간. 여러 왕국에서 사는 사람들이죠. 자, 오세요.』 그녀가 미소짓는다.

『지금 기다리고 계세요.』

『기다리다니, 누가요?』

『저의 제후시죠. 하라다 제후가 기다리십니다.』

고비는 그녀를 따라 나온다. 호텔 복도가 넓은 길로 바뀌어 있다. 파란색바지와 웃옷을 입은 사람들이 구식 가마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고 그중 하나는 두 가마의 문을 열고 고비와 유키에게 절한다. 가마 속에는 다다미 위에 방석이 하나 놓여 있다.

고비가 가마에 들어가려고 몸을 숙이는 순간, 유키가 그의 소매를 건드린다.

『잠깐만요,』

그녀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