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유력 반도체업체들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전자·한국전자 등 국내업체와 미국의 대형 반도체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속속 설립하고 있는데 이어 최근 상당수의 유력 일본업체들이중국에 진출키로 결정함에 따라 늦어도 90년대 말까지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장가동을 코앞에 둔 삼성전자 蘇州공장과 현대전자 上海공장·한국전자우시공장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조립공장을 비롯해 인텔·AMD·모토롤러등 미국업체,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 NEC·도시바社에 이어 미쓰비시와 히타치가 진출키로 결정하는 등 일본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중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현대전자 上海 반도체조립공장은 플라스틱 패키징을 주력사업으로 1MD램급 이하의 메모리 및 로직반도체를 연간 3억6천만개 규모로 조립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싱가포르의 케펠그룹과 합작으로 오는 6월 준공되는 江蘇省 蘇州공장에서 당분간 비메모리 제품의 조립생산에 주력하고 98년경부터 비메모리는 물론 D램의 일관가공 생산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전자는 우시공장을 올 상반기내에 본격 가동해 하반기부터 월 1억개수준의 TR를 생산하고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98년 이후에는 월 4억개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춰 전체 TR생산의 절반정도를 중국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반도체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98년 가동에 들어가는 모토롤러의 반도체공장은 0.5미크론 가공기술에 월 2만장의 8인치 웨이퍼 가공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인텔 또한 수년내에 X86계열의 CPU를 중국에서 양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업체들의 중국행은 현지 PC시장을 염두에두고 있는데 지난해 중국의 PC시장은 연간 1백50만대에 달했고 해마다 40%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특히 조립보다는 일관가공라인 구축을 통한 IC생산에 주력해 생산거점확보는 물론 시장선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타치가싱가포르 경제개발청과 합작으로 중국에서 내년 7월부터 월 1백50만개의 4MD램을 생산할 계획이며 대만에서 전공정 공장을 운영중인 미쓰비시는 1백억엔을 들여 북경시에 ASIC과 마이컴 조립공장을 건설, 97년부터 월 5백만개씩 생산하고 98년 이후에는 전공정 공장의 추가건설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반도체 업체들의 잇따른 중국투자는 아시아 반도체시장의 비중이높아지면서 잠재력 높은 동남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최근 반도체 경기의 불투명성과 兩岸사태 등을 이유로 당초 대만·말레이시아 등지에 계획했던 신·증설계획이 취소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는 중국이 말레이시아·대만 등에 비해 도로·전력 등 전반적인 인프라는 빈약하나 인건비 등 생산원가가 낮은데다 장기적으로 가장 큰 시장이라는 점이 세계반도체업체들의 중국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중국정부의 첨단반도체 육성의지도 중국의 국제적인 반도체생산기지화를앞당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2000년까지 반도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을 주 내용으로 한 「제 9차 5개년계획」을 올 초부터 본격 추진중인데 정보통신분야에 소요되는 반도체의 30%를 자체수급하는 것을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상당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업체들의 중국투자가 잇따르고있는 것과 관련, 등소평 死後의 政情불안과 최근 강화되고 있는 각종 규제조치를 고려해 좀 더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중국정부는 최근 올해부터 발효하는 법령을 신설, 중국내에 전액투자 내지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한 외국현지법인들에 대해 장비수입시 새로운 세금을부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부 IC제조업체들의 경우 올들어 수출시 환급받을 수 있었던 부과세의 상당부분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경묵·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