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변화에 대한 저항

삼성전자 멀티미디어 총괄기획팀장 金建中 전무

90년대 초에는 마이클 해머 등이 제창한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 엄청난기대와 인기 속에 전세계 기업들을 유혹했고 많은 기업들이 실제 기업활동에이것을 적용하기 위하여 많은 투자를 했다. 사실 오래된 경영관습과 조직구조, 일하는 방법들은 현재와 같이 급변하는 기업환경에는 적당치 않아 이를개선하려는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프로젝트의 3분의 2는 실패했고 단지 16%의 기업만이 결과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39%의 기업은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아이디어가 나빴던 것은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큰 적은 변화에 대한 저항이다. 기존의 관습이나 행동양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멀티미디어의 바람, 디지털화의 물결은 우리 모두에게이에 따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로의 진입은 단지 컴퓨터나 전자기술의 발전만은 아니다. 우리가 정보를 얻고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이전까지의 단편적이고 건조한 정보전달·통신방법이 인간의 오감을 모두 동원하고 최적의 방법으로 전달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문자발명에 버금가는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멀티미디어화의 핵심은 정보의 디지털화이다.

MIT미디어 랩의 니콜라스 니그로폰테가 그의 저서 「Being Digital」에서말했듯이 디지털화는 우리 생활의 모든 면을 바꿔 놓을 것이고 특히 기업경영은 새로운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놓여질 것이다.

기업의 업무흐름은 현금·수표·보고서·회의·편지 등에서 디지털 정보의흐름으로 바뀌게 되고 이러한 흐름은 네트워크를 타고 초고속으로 흐르게 된다. 이러한 변화로 창조되는 가능성은 무한하고 동시에 새로운 위협이다.

이제 기업의 경쟁자는 동종업계의 라이벌만이 아니다. 어디에서 나타날지모른다. 지난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社가 개인용 재무 소프트웨어 회사인인튜이트社를 합병하려고 했으나 미국 상무부의 조사와 반대로 무산되었다.

대립의 양 진영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상무부였고 상무부는 재무 소프트웨어부문의 독점화 가능성을 조사의 이유로 내세웠으나 상무부 뒤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서운 경쟁자로 변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미국 은행업계가 있었던 것이다.

소비자들도 기존의 소비자가 아니다. 제품과 기능, 서비스 등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기업에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만을 원하고 있다.

전자거래의 시대에서 물리적인 거리나 기업의 크기는 문제 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시장에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멀티미디어·디지털화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현재 멀티미디어의 물결은 관계된 제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어떻게 신기술을 개발하고 남들보다 빨리 멀티미디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느냐에 집중하고 있고, 자신의 제품이 멀티미디어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은 멀티미디어를 새로운 정보기술의 일종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와 디지털화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고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업을 경영하는 패러다임의 변화인 것이다. 90년대 초의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 급변하는 시장에 맞추어서 기업 경영과정을 「리엔지니어」하는 것이었다면 멀티미디어는 기업 경영과정과 철학을 「전환(Transformation)」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 예상하는 기업환경의 변화보다 더 큰 물결이 도래한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저항 때문이다. 특히 최고 경영자나 의사결정 계층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기존 환경에 안주하려는 태도가 가장 큰 장애요소였다. 최고 경영층을 포함한 모든 조직 구성원이 멀티미디어와, 디지털 경제로의 이전이라는 큰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기회로 이용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