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프린터 업계가 또다시 가격경쟁 휘말릴 전망이다.
국내 잉크젯프린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휴렛팩커드(HP)가 제품판매가격을 5월부터 무려 17%나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HP는 최근 보급형 컬러잉크젯프린터인 「데스크젯660K」 판매가격을 48만9천원에서 17%나 낮춘 40만6천원에 책정, 이달부터 판매되는 제품에적용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HP가 대대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공격적인 마키팅으로 전환한 이유가 올들어 국내 생산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함에 따라 데스크젯 시장점유율이 격감, 대응조치가 불가피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HP는 지난해에만 잉크젯프린터를 총 31만대 판매해 잉크젯 시장의 50%를 석권하는 등 사실상 이 분야의 독보적인 기업으로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올해 1.4분기중 잉크젯프린터 분야에서 총 8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이31%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삼성전자·삼보컴퓨터·큐닉스컴퓨터·롯데캐논 등 후발주자인 국내업체들은 올들어 제품판매가 호조를 보여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여가고 있는추세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잉크젯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95년 판매실적이 전체시장의 6%에 불과한 4만대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1.4분기에만 5만7천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24%로 끌어올리는 등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와함께 큐닉스컴퓨터도 지난해 5만6천대(9%)에 불과했지만 올 1.4분기에는2만9천대(12%)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따라서 관련업계는 이번 가격인하가 후발주자에게 속수무책 시장을 빼앗겨온 HP의 「위기의식」과 이제는 더이상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단호한 「시장방어의지」를 그대로 반영한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큐닉스·롯데캐논 등 후발업체들은 올해 1.4분기 상승세를그대로 유지할 경우 지난 4년간 잉크젯 시장을 석권해 온 HP를 따라잡을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 정면대응을 불사할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말이후 또한차례 가격경쟁이 불가피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최근 시장점유율이 24%로 급신장한 삼성전자는 HP의 가격인하에 맞서 비슷한 수준으로 조만간 가격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삼성은 잉크젯프린터 신제품이 발표된지 얼마 안되는 시점에서 곧바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마키팅 관행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인하시점은 2∼3주 가량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잉크젯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큐닉스컴퓨터도 HP의 가격인하에 정면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큐씨네칼라 신제품 판매가격을 데스크젯660K와 비슷한 수준까지 인하할 것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이밖에 삼보컴퓨터도 HP의 가격인하전략에 맞대응해 조만간 잉크젯 제품가격을 HP와 동일한 수준까지 끌어내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프린터시장의 끊없는 가격인하경쟁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일희 기자>